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고칸 메구미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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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죽는다. 조금씩 조금씩 죽음으로 나아간다.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어 유한한 삶이기에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 흔히 죽음을 앞두고 저승길에 간다. 길고 먼 여행을 떠난다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여행에 준비가 필요하듯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

 

 

 

급작스럽게 떠난 여행에서 얻는 것도 비교할 수 없지만, 잘 사는 만큼 잘 죽는 것. 즉 후회 없는 죽음을 위해 생전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 책은 버킷리스트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여행을 떠나는 자와 떠나보내는 자도 준비 없는 이별로 평생 가슴에 멍이 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서다. 따라서 혹시나 모를 일로 연명치료 여부에 부딪혔다면 치료 자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한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

 

 

 

첫째 '내 인생의 주인공은 당신임을 잊지 말자', 둘째, '선택권은 언제나 내가 쥐고 있다', 셋째, '죽는 순간까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고 마무리 지을 것인지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죽지 않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순간이든 삶을 포기하지는 마라. 인간은 자신의 마지막 시기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시간을 선택함으로써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 P84

 

 

 

책은 16년간 1000명의 환자를 떠나보낸 간호사가 곁에서 바라본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삶을 보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가명으로 표기된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거의 사례와 죽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데, '3장 더 오래 살기 위해 당신이 포기해야 할 것들'에서는 이론적인 부분이 많다. 차근차근 읽다 보면 친척, 친구, 내 이야기 같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기도 한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마따나 고맙다는 말은 되도록 할 수 있을 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고독사가 일찍부터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일본인만큼 고독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랐다. 우리야 고독사는 무조건 불행하고 외롭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저자는 고독사가 정말로 불행한 죽음인지 묻고 있다. 본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나 추억이 가득한 곳에서라면 의식도 없이 불편한 병원에서 죽는 것보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에게는 그 장소가 가장 안정적인 장소라는 생각이다. 그 장소는 자신이 선택했을 경우가 많고 어디서 죽든 죽을 때는 혼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죽음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육체적 죽음, 정신적 죽음, 문화적 죽음, 사회적 죽음. 사회적 죽음은 사람들에게 잊힌 죽음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소환되는 인물은 육체적 죽음을 맞았지만 영원히 세대를 넘어 회자된다. 즉,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은 아니라는 말이다. 문화적 죽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 힘들어짐을 이야기할 수 있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늘 미소 띤 얼굴로 주변을 즐겁게 만든다면 그 사람의 정신적 죽음은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동양에서 죽음은 끝, 공포, 두려운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대부분이지만, 서양에는 근린공원처럼 도시 곳곳에 아름답게 조성된 공동묘지가 하나씩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드나들 수 있고, 수목장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피라미드에서는 인간의 사후 세계를 믿었고, 불교에서는 다시 태어남을 강조했다.

 

 

 

이렇듯 인간은 언젠가 죽고,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 하기 보다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죽음을 공부하는 게 아닐까. 독서 전에는 막연하게, 아주 먼 일로 생각했지만, 부모님이 연로해짐에 따라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가까이하고 배워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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