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심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우리는 '잡념'이라고 한다. 잡념, 몽상, 공상을 어른들은 "쓸데없음"이라고 치부하지만 귀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대표작 《있으려나 서점》을 지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가 자신의 일상과 창작 과정을 담은 그림 에세이를 발표했다. 작가를 쏙 닮은 캐리커처가 평범해 보이면서도 은근한 매력이 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평소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무심코 떠오른 생각'을 그리는 버릇이 있다. 책은 무심코 생각한 것들, 아빠로서 아이를 돌볼 때 생각한 것들, 오랜 시간 고민하며 생각한 것들을 모은 3부작이다. 1,2부는 여백의 미와 그림이 많아 만화책 보듯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3부는 제법 긴 글로 채워져 있으며 고민들이 모여 있는 고민 무덤처럼 느껴진다.

 

늘 걱정거리를 달고 사는 나에게도 이런 상품이 출시되길 바란다. '걱정거리를 흡수하는 종이'. 생긴 거는 기름종이처럼 생겼지만 이마에 붙여서 걱정거리를 흡수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거리가 더욱 많아진 요즘, 이런 기름종이가 절실해진다.

 

'내일 할 거냐. 왕창 할 거야'를 자기 전에 큰 소리로 세 번 외치면 효과가 있을까. 부제로 '하지만 오늘은 그만 잘 거야'를 조그 많게 읊조려 본다. 오늘 못다 한 관계로 잠자리에 들 때 내일 기필코 하겠다는 의지 '왕창'을 강조하면서 자는 거다. 그렇게 외치면 아쉬움이 꾹꾹 위로가 된다.

 

아이를 키우며 든 생각들은 귀여움이 폭발한다. 떼를 써서 사준 인형이 금세 질린 아이. 저 구석에 처박혀 힘겨워 보이는 인형을 두고 아빠 요시타케 신스케는 묻는다.

 

"푼 짱이 여기 깔렸는데?". 아이는 대답한다 "괜찮아, 푼 짱은 아픈 거 엄청 좋아해" 웃음이 절로 난다. 내팽개치나 싶지만 언젠가 마음이 바뀌면 푼 짱을 다시 찾을 것이다. 어른이 양쪽에서 손을 잡아주면 언제나 대롱대롱 매달리기 좋아하고, 흔들린다는 말에 흔들림 타냐고 대꾸하는 아이다움이 마음을 움직인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소한 감정과 순간을 짧게나마 기록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이런 습작노트, 창작 노트가 모여 지금의 자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도 훗날 몇 배로 당신에게 찾아올 황홀한 날이 될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 노트를 빌어 생각하는 법,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