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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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부동산, 매일 아파트는 올라가고 오피스텔은 생기는데 이 많은 집에서 내 집이 없다니. 각종 서러움과 분노가 차오르던 김민정 저자는 14년의 전월세를 반복하다 드디어 내 집을 장만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 고양시에 태양신을 받들어 모실 수 있는 남향의 고층 아파트. 좁디좁은 반지하를 경험해서인지 20평 이상의 집을 찾았다.

 

 

 

방송 작가(정확히는 뉴스 작가)로 일하는 프리랜서 계약이었지만 억척스럽게 파이브 잡을 해가며 돈을 모았고, 5년이면 모을 수 있을 거란 1억의 목표보다 빨리 앞당겨 돈을 모아,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이다. 결과적으로 비혼, 여성, 비정규직의 삼박자를 갖춘 사람으로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집을 구입하게 되었고, 소원을 이루었다. 현재 두 고양이와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 집은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비혼에 비정규직 여성인 나에게는 더 그랬다. 나는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다. 혼자서는 집을 갖지 힘드니 결혼을 고려할 게 아니라 비혼의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집이 필요하다고. 가장 불안한 사람이 가장 절실한 법이니까. 그렇게 나는 내 집 마련 레이스의 출발선에 섰다. "

P21

 

 

 

책은 30대 여성, 비혼, 프리랜서로, 페미니스트로 홀로서기 위해 분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케아 쇼룸처럼 꾸미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저자의 인테리어 노하우도 소소하게 재미지다. 방송 작가이자 유튜브기도 한 저자가 내 집 마련을 위해,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비혼 여성들을 위한 경험과 위안이 적힌 에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혼자 사는 여성은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집 사기 가장 어려운 굴레는 비혼, 여성, 비정규직임을 알았다. 사람도 아닌 사람이다. 대출 한도부터, 서류 제출까지. 뭐하나 속시원히 되는 건 없었고, 규제도 많았다. (세상 놀람)

 

 

점점 1인 가구, 비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정부는 부동산만은 가질 수 없도록 펜스를 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돈 없이 혼자 늙지 말고 "결혼해라!"라는 일종의 종용 같았다. 비혼 가구도 세금 척척 내고, 혼자서 잘 벌어먹고 산다. '억울하면 결혼해라'라는 말처럼 들렸고, '애 낳는 기계'를 원하는 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집 없는 자와 집 업는 '여자'가 겪는 설움을 14년 차 자취생 활로 뼈저리게 느꼈다. 이럴 때는 여성이 아니고 여자로 치부했다. 생물학적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악덕 같은 주인집의 횡포는 예사, 더워도 문 열어 놓고 잘 수도 없고, 기웃거리는 사람만 봐도 마음이 철렁 거린다. 혼자 살아갈 거라면 가장 편안한 안식처는 꼭 장만하라고 권유한다.

 

 

대한민국에서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눈 높이는 낮추고 포기하는 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하지만 30년 노예 계약으로 9천만 원을 빌린 이상, 30년은 일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갖은 하대와 무한 루프를 이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적나라히 적혀있다.

 

 

 

그러다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었을 때, 페미니즘을 만났고,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저자를 고립으로 몰아넣었던 집이 비로소 저자와 감응하는 순간. '자기만의 방'을 온전히 갖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도 여느 때보다 집에서 작업하고 생활하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라, 드는 생각들이 놀랍도록 겹쳐서 공감했다.

 

 

집 밖을 나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시대에 인테리어에 공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집에서 밥 먹고 자고 씻는 게 대부분이었던 바쁜 직장인들이 일, 취미, 운동 못하는 게 없이 할 수 있음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새삼 집, 공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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