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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2
정세랑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평점 :

'한국은 SF 불모지'라는 타이틀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SF 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화려하고 크며 감쪽같은 CG 범벅의 큰 스케일의 영화만 봐온 탓이다. 하지만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SF8 시리즈를 보고 다른 생각이 들었다. SF가 화려한 볼거리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백승기 감독의 <인천스텔라>, 황승재 감독의 <구직자들>을 보고 저예산으로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은 '이야기의 힘'이 중요했다.
SF는 대중적 이이기도 하지만 마니아를 갖고 있는 희소적인 장르다. 때문에 SF 영화> SF 소설> SF 잡지 순으로 관심받고 있다. 때문에 비정기 SF 무크지 《오늘의 SF》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1호의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2호를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군분투를 겪었을까.
이번에도 고호관, 듀나, 정세랑, 정소연 작가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배명훈, 정소연, 고호관, 문이소, 김혜진, 손지상, 황모과의 신작 소설이 실렸다. 무엇보다 올해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 상영, 8월 MBC 방영, 현 웨이브 스트리밍 중인 시네마틱 드라마 [SF8]의 기획 연출자 민규동 감독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여고괴담>때부터 좋아해 꾸준히 신작을 챙겨보고 있는 감독이자,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SF 드라마의 총지휘관으로 애정 하는 감독이다.
씨네 21 이다혜 기자와 인터뷰가 담겼는데, 마치 내가 그 현장에서 둘의 대담을 들은 것 같은 생생함과 고민, 분투가 녹아들어가 있다. [SF8] 기획의도, 좋아하는 SF 소설 및 영화, 자기 이야기, 앞으로 한국 SF의 발전 등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정한 8가지 엔솔러지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꽤 인상적인 작품들이 있어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드라마 중 <간호중>의 원작을 쓴 김혜진 작가의 신작 《프레퍼》와 <블링크>의 원작 《백중》을 쓴 김창규 작가의 인터뷰가 재미있었다. 평론가이자 작가인 듀나의 칼럼도 흥미로웠다. 특히 SF 소재에 판소리 형식을 섞어 쓴 배명훈 작가의 《임시조종사》는 형식 파괴, 장르 콜라보의 진정한 맛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한국 SF를 순정만화와 연결하는 페미니즘적 칼럼이었다. 전혜진 작가가 쓴 글에서 내가 읽었거나 읽지 못했던 여성들의 SF가 한 번에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SF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소설, 영화, 드라마 모두 환영한다. 우리는 작년 이맘때 앞으로 다가올 전염병을 예측하지 못했다. 벌써 마스크를 끼고 매일 불안 속을 살아간 시간이 1년이 되어간다. 이런 일상을 예측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근미래에 일어날 디스토피아적 세상은 허구가 아닌 현실임을 증명했다. 매일을 SF적 상황으로 갱신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SF를 읽어야 할 이유, 방향성을 함축한 무크지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