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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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의 신간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해부하며 능력주의의 치명적 결함을 살펴본다. 능력이 곧 정의의 척도인 시대, 능력도 돈과 지위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시대, 공정과 불공정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차이가 없다. 과연 능력이 부족해(없어) 실패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인 걸까?

책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개인의 능력이 공정하게 측정되고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결국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은 존재하며 이를 돌파하기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력과 재능만으로 누구나 상류층이 될 수 있고,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함정은 높아지기만 했다. 사다리 자체가 점점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에서는 결코 허구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명인이나 정치인의 자녀가 부정입학 및 군 입대 특례를 받거나, 선생님인 아버지가 자식에게 시험지를 유출하거나 종종이와 유사한 뉴스를 접할 때면 왜 부자가 계속 부자가 되고, 돈이 돈을 낳는지 알 것 같다.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신화나 다름없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전설이 되어버린 속담. 부모보다 성공할 확률이 있는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믿는다면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능력주의는 현대사회의 세습 귀족제라 할 수 있으며, 대학은 나온 소수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다수를 거느리는 피라미드 제도의 부활이라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를 이용한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백인 남성 노동자는 자신이 주류에서 밀려나 소수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 트럼프를 지지했다. 마이클 샌델은 이들은 향한 조롱과도 같은 포퓰리즘을 지적하며 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영국의 브렉시트가 통과되어 있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이유에는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양산하는 교육 문제가 대두되었다. 학위 소지자와 비소지자의 소득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학이다. 대학을 나온 고학력자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미국의 다수를 다스리고 있는 정치계도 지적한다.

오바마 정부 시절 내각 구성원의 고학력자 중심 현상을 예로 들며 그들이 꼭 옳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러시모어 산의 큰 바위의 4 얼굴 중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이 비대졸자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학력자 리더가 비대졸자가 70% 이상인 나라의 정책을 개발하고 합리적인 정치를 할 가능성은 작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벌 위주의 리더십은 계속되고 있고, 부자를 위한 정책과 법 집행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인 간섭과 관리에 몰두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 하는 부모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며, 훗날 시민적 감수성에도 치명적이다. 부모의 힘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얻는 것이, 으레 스스로 자신이 해낸 것이라는 자만심이 커진다. 마이클 샌델은 이 부분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부와 건강을 상과 벌의 문제로 보는 관점은 능력주의적 생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운이나 은총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우리 자신이 전적으로 우리 운명을 책임진다고 여긴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가 취한 선택과 삶의 태도에 대한 상 또는 벌인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자수성가와 자기 통제의 윤리를 확고히 찬양하며, 능력주의적 오만에 빠질 길을 열어준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신의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며, 허리케인이든 쓰나미든 나쁜 건강이든 희생자들이 겪는 재난을 자업자득이라 여기고 희생자들을 업신여기게 된다." p.87

 

이런 능력주의의 폐해를 성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는 것은 신의 전능함의 부정과 같고, 능력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욥은 자식을 잃는 고행을 겪고, 신에게 인정받았지만 자책하고 만다.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린다.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을 주는 능력주의 이면은, 공정함이 정의인가를 따져 묻게 만든다.

또한 저마다 가질 만한 것을 갖는다는 섭리론적 관점은 오만함과 징벌이란 두 가지 목소리로 요약된다. 모두 스스로 운명을 책임질 것을 강조하며 성공도 실패도 자기 탓이라 본다. 태풍, 해일, 지진, 금융위기, 테러 등 모두 섭리론적 관점으로 해석하는데, 이를 죄에 대한 신의 응보라고 치부한다. 선하니까 부자고, 선량하기에 위대하다는 말과 같다는 말은 극히 유해하다.

책은 질문만을 던지지 않는다. 해결책도 모색하고 나섰다. 더 큰 노력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실패자를 위로하고 구제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 운이 따른 능력 이상의 과실을 인정하면 된다고 말한다.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으며, 일과 사람의 존엄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미국의 정치 상황을 알고 싶은 독자, 새로운 정부로 바뀔 세계정세, 우리나라의 포지셔닝 등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유용한 책이다. 특히 12월 수능을 치르고 대입 논술이나 면접을 보는 수험생들의 필독서, 취업 면접을 앞두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가'란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다. 미국은 현재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있다. 세계 강대국이란 타이틀, 오만한 선민사상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던 트럼프의 정책을 조 바이든 정부에서는 어떻게 수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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