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화되었다
제페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은 익명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선플보다는 악플이 많다. 악플로 인해 마음 아파하다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하지 않아도 입 아프다. 하지만 악다구니가 판치는 세상에서 댓글시인 제페토가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 10년째 뉴스 기사에 시 형식의 댓글을 남기는 누리꾼인 그가 6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책을 소개한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지지부진한 문제점들과 새로운 팬데믹까지 더해 자신의 관점을 쏟아 내고 있다.

 

수많은 뉴스와 댓글 형식 시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페이지가 있었다. 바로 설리 사망에 대한 기사 거리다. 요 며칠 전 안타까운 선택을 한 박지선의 보도에도 뉴스는 연신 낯 뜨거울 정도의 기사들로 소설(?)을 쓰고 있었다. 드라마틱 하게도 생각 없이 펼친 105P에 작년 10월 23일 기사와 <야수들>이라는 시안의 댓글 시가 눈에 들어왔다. "슬프다, 우리는 미화되었다."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마음의 돌덩이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짐승을 내새하고 있는 모습이 미화된 인간이 아니고서야 무엇일까.

 

뉴스의 소재가 다양했다. 세월호, 위안부 할머니, 자살률, 은둔형 외톨이, 비정규직, 동물권 등 사회적인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날씨, 계절, 꽃 등 마음을 살랑이게 만드는 감성적인 댓글 시도 있었다. 무미건조한 기사, 팩트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시라는 형식의 유연함으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제페토 시인이 앞으로 계속해서 활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두껍지 않은 분량이지만 쉽게 읽을 수없이 천천히 꼭꼭 씹어야만 소화되는 문장들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가 남긴 댓글 시와 원문 기사를 보면서 댓글의 휘발성, 충동성을 뒤로 한 채 책임감을 통감해 보았다. 한자 한자 내가 쓰는 글은 곧 나의 생각을 대변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생각을 바꿀 수도, 선동할 수도 있는 무거운 책임감. 가볍게 쓰고 지우는 댓글이 아닌 하나의 견해로 진중하게 다가가야 하는 이유다. 쓰는 사람으로서 공감했으며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본 도서는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