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욕망이 커져 성공하기도 하고 몰락하기도 한다. 지나친 욕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파멸로 몰기도 하나, 욕망이 없다면 인류 역사는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욕망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즉 인간을 탐구하는 행위지만, 욕망을 속물과 같은 선상에 놓는 사회 분위기 탓에 욕심 많은 사람이란 낙인이 두렵다.

 

따라서 욕망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인간이 그토록 원하는 건 무엇인가. 책과 함께 명화를 감상하고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분명 놓치고 있었던 무언가를 찾고 영감을 받을지도 모른다. 욕망이 간절히 바라는 무엇,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거 무엇이냔 말이다.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책은 일본의 월간지 '분게이슌주'에 저자가 기고한 글을 모아 엮은 앤솔로지다. 서양 그림을 주제로 썼지만 출판을 위해 '욕망'이란 주제로 재분류했다. 소분류로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의 욕망으로 나눴다. 대부분 유명한 그림이라 반가웠고, 간혹 처음 보는 그림에게는 경의를 표하는 나름의 작업을 병행했다.

 

 

그냥 그림만 툭 던져놓고 해석하지 않는다. 독특하게도 어떤 그림인지 모르게 작은 한 부분만을 잘라 확대한다. 저자 나카노 교코가 찾은 그림의 결정적 순간들을 캐치했다. 호기심을 부추긴 채 뒷장을 넘기면 전체 사진이 등장한다. 독자의 흥미를 부추기는 설정으로 지루하지 않게 미술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그림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부분에서 전체로 확장하며 그림을 얇고 깊은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읽는 그림의 특징은 대부분 등장인물이 많고, 복잡해 다중 시점이다. 피터 브뤼헐, 얀 페르메이르, 히에로니무스 보스, 얀 반 에이크, 산드로 보티첼리 등이다. 한결같이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자세히 보게끔 설정되어 있다. 그림의 숨은 뜻, 주목받지 못한 인물, 반전 등을 찾는 재미가 있다. 영화로 치면 주인공이 아닌 조연, 보조출연자의 외전 같기도 하다.

 

게다가 친절한 설명과 적재적소의 유머 또한 미술작품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서양 명화를 동양적인(일본) 문화에 빗대어 설명해 주는 탓에 이해가 빠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최후의 만찬에서 보여주는 유다의 표정과 몸짓, 아름다운 미모로 유명한 프리네의 무죄를 입증하는 재판장의 나체, 죽음의 신이 찾아온 현장 등. 욕망을 마주한 인간의 희로애락이 전시되어 있다.

 

 

이 모든 그림들을 직접 전시장을 찾아본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탓에 책으로나마 위로를 건넨다. 우리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예술을 놓치지 않고 문화를 더 가까이하는 이유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생존뿐만 아닌 더 나은 미래, 삶의 안식이 중요하기 때문 바로 그 증거는 '욕망'이다. 살고자 하는 욕망일 수도 있고, 두려움을 극복한 희망의 욕망일 수도 있다. 집에서 편안히 그림을 감상하며 지식의 욕구를 채웠다. 내가 욕망한 것들을 방구석에서 쏙쏙 알짜배기만 뽑아서 말이다.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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