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2 펭귄클래식 47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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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드라큘라》2편을 읽었다. 앞서 말했듯이 1993년 작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버전의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이미지와 캐릭터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2권에서는 루시가 흡혈귀가 된 후 반 헬싱 교수를 주축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펼쳐진다.

 

원작 소설은 1897년 19세기(빅토리아 시대) 영국 소설이며 미나, 존 수어드 박사, 조너선, 그리고 각종 문서나 신문 기사 등으로 나열된다.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데 사실 문어체고 옛말이라 진도가 팍팍 나가는 건 아니다. 심하게 지루하고 낯선 형식이다. 필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그려진 일기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화자가 등장하지만 결국 한 톤으로 그려진다. 드라큘라 백작의 정체를 캐고 악에 맞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태도를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미나의 남편 조너선과 반 헬싱 교수, 존 수어드 박사, 루시의 정혼자였던 고덜밍 경(홈우드), 퀸시 가 힘을 합쳐 백작을 소멸하려 한다.

 

1편의 희생양이 루시라면 2편의 희생양이자 히로인은 미나다. 영화에서는 미나가 드라큘라 전생의 아내로 등장해 좀 로맨틱하고 에로틱하게 그려졌지만 원작 소설은 다분히 건조하다. 조너선이 당한 일을 잘 알고 있는 미나는 친구 루시까지 잃고 나서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 조너선이 드라큘라 성에서 겪을 일과 자신의 심경, 그리고 훗날 드라큘라의 하수인이 되어 변해가는 과정까지도 상세히 기술하고 정리한다. 마치 진상을 규명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복수하려는 것 같기도 했다.

 

일단 드라큘라의 심경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래서 굉장히 답답하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텐데 당한 인간들의 심정은 알지만 대화를 나누어만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책은 그에게 당했던 혹은 실체를 목격한 인물들의 기록들이라 본인의 심경, 입장을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2권에서 그는 종적을 감춘다. 음밀하게 일을 진행 시키는 안개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사람들을 현혹하고 피를 빨아 감염시키는 수괴, 절대악(惡)이나 괜히 짠한 동정심이 드는 건 뭘까? 좀비나 마녀, 유령 등 참 많은 초자연적 현상의 크리처가 사랑받고 있는 세상에서 흡혈귀는 왜인지 뒷전인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원작에서는 박쥐, 늑대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지만 고향에서 가지고 온 흙무덤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신변에 위협을 느껴 성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자발적으로 가지 못하고 누군가가 궤짝(관)에 옮겨주어야 가능하다. 얼마나 수동적인 괴물인가. 2권 내내 도망만 다닌다. 육로로 가면 들킬게 뻔해서 짐짝처럼 수로도 가야 한다. 참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백작이 냉큼 돈을 챙겨 달아나는 장면만 봐도 안쓰럽다. 돈이 있어야 인부들을 사고 뱃삯을 지불할 수 있으니까. 열심히 도망쳤는데도 결국 허망하게 한낱 가루가 된다. (도망은 왜 간 거야.. 싸워 보지도 못하고..)

 

반면 미나의 활약은 눈부시다. 백작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이마에 연결 흔적이 있다) 최면술을 이용해 백작이 어디쯤 있는지 알아낸다. 피를 탐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 텐데도 잘 참아준다. 백작 성으로 가는 도중에는 멀미약 먹는 사람처럼 내내 잠만 잔다. 영화처럼 반 헬싱 박사를 유혹하려는 기미조차 없다. 대신 박사는 성에 도착해 세 여인의 유혹에 잠시 정신이 혼미 해진다. 하지만 미나가 없었다면 백작 소멸은 힘들었을 거다. 기록왕에 영리함으로 무장한 복수의 화신, 내 친구와 내 남편을 저렇게 만든 인마(人魔,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백작을 없앤 뒤 7년 후 하커 부부는 아이를 낳아 퀸시 모리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퀸시 모리스는 백작에 대항했던 빛의 전사들에 등장하는 미국인 퀸시 모리스의 이름이다. 의심스럽게도 퀸시 모리스가 죽은 날 과 아이의 생일이 같다. 무섭지도 않은지 자신들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땐 그랬지 투어(실제로 역사상 최초 드라큘라 관광을 소설 소설 속에서 시작함)'를 시작한다. 백작의 고향 트란실바니아를 여행하는 대담한 부부다.

 

모리스 힌들이 쓴 작품 해설을 보면 아이가 또 다른 흡혈귀의 탄생을 예고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이유는 소멸되는 과정에서 너무나 온화하고 평화로웠던 백작의 표정 때문이다. 필자는 수년을 살아오며 겪었을 고통을 이제는 끝낼 수 있다는 안식의 기쁨이라 해석했는데, 또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 섞인 미소가 아니었나 짐작해 본다. 피로 인해 살고 부활할 수 있는 백작의 루틴을 돌아보면 가능한 이야기다. 섹슈얼리즘을 지향하는 백작이 부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19세기 소설이 200년을 돌아 21세기까지 활발히 재해석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한한 삶보다 영원히 살 수 있고, 젊음도 유지할 수 있는 드라큘라의 삶이 멋져 보이는 게다. 소설 속에서는 다소 지질하게(?) 그려졌지만 여전히 드라큘라(흡혈귀, 드라큐라, 백작, 뱀파이어, 언데드)는 매력적인 크리처다. 19세기 과학이 발달한 산업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부활의 호기심과 정신분석적인 면모까지 다양한 관점의 재미가 있다.

 

먼저 출간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고딕소설이다. 단순히 호러 소설로만 두기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함의하고 있다. 백작은 루마니아에서 런던으로 건너 온 소수민족이다. 따라서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이민자, 인종, 성(姓) 차별, 및 자본주의 비판, 전통과 과학의 상충, 본능과 이성의 대비 등의 관점으로 해석해 봐도 좋다.

 

*본 도서는 제공 받아 읽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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