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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평점 :

우리나라도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많다. 새삼 느끼지만 이동 제한을 받다 보니 국내여행이 절실해진다. 이마저도 못하게 될까 봐 마음이 바빠진다.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까.
책은 우리나라에 숨겨진 명소를 찾아 떠나는 방구석 여행서다. 비록 가보지 못하는 처지라도 책으로 대신 다녀온 것 같은 현장감과 저자의 인문학적 견해까지 어우러져 꽤 지적인 집콕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인증샷과 먹방으로 마무리되는 여행을 더 알차게 만들어 준다.
사실 숨겨진 명소를 알려준다는 책의 타이틀이 무색하게 너무 유명한 곳이 많아 당황했다. 하지만 가이드가 반복하는 뻔한 설명이 아니란 게 장점으로 승화된다. 어쩐지 개정판이라고 한다.
각설하고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홍쌍리 매실을 좋아해서 눈이 번쩍이는 여행지가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4호로 지정된 홍쌍리 명인이 운영하는 청매실농원에 언젠가 가보고 싶었단 말이다. 고추장 매실, 매실 장아찌가 너무 맛있어서 말이다. 지금은 전 국민의 관광지가 된 '매화마을'은 23의 밀양 아씨 홍쌍리가 전라도 광양 산골마을로 시집오며 시작된다. 바야흐로 1965년이다. 연고 없는 동네에 와 그리움과 슬픔으로 지새다. 시아버지가 심어둔 매화나무를 늘려나갔다.
하얀 매화꽃이 아름다워 45만 평 동산의 잡초를 뽑아 5년 동안 매화 동산을 만들었다고 한다. 외로웠던 홍쌍리는 시아버지와 시숙부가 빚을 져 45만 평 땅을 빼앗겼을 때도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갔다. 빚더미에 앉아 있던 시절 매화 동산을 찾아 예언처럼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신 법정 스님과의 인연도 소개된다. 반드시 잘 될 거라는 이야기는 섬진강에 자리한 매화 마을을 굳건히 지킨 '홍쌍리' 명인의 약속과도 같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촬영장이 있기도 하다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었다. 1900년 경 예천에 삼강주막이 있는데 주막 벽에 부지깽이로 금을 그어 표시한 외상장부의 흔적이 있단다. 글 모르는 까막눈이 주모가 남긴 유일한 벽체 외상장부다. 어떻게 그 많은 손님을 기억하는지 주모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 정말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주인공 주모는 6.25 때 남편을 잃고 홀로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주막에서 일했고, 2005년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구조도 재미있다. 방과 방 사이 문이 많았다. 방 2개에 문이 무려 7개인 곳도 있었다고 한다. 혼자 일하는 주모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진 구조가 신기했다. 시간 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표시해 두었다. 대포 한 잔에 도토리묵 한 접시를 먹고 "여기 주모, 외상!"을 외쳐보고 싶은 곳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취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코로나 때문에'를 반복하며 우울해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랜선 여행도 인기지만 서가 여행(책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거기에 인문학적 정보까지 덤으로 얻는다니, 좋지 아니한가!
*본 도서는 제공 받아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