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웅 - 국내 첫 여성 장례지도사가 전해주는 삶의 마지막 풍경, 개정증보판
심은이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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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족들이 염습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풍습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깔끔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인지 수의까지 입혀놓고 편안한 모습으로 작별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뒷모습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가족들이 마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고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남은 이들이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아름답게 기억해 주길 원하는 것이다. p233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 않고 영원을 꿈꾸거나 젊어지고 싶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평하게 죽는다. 죽음은 삶과 늘 맞닿아 있다. 오늘 건강하던 사람도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죽고 나서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려고 하는 듯. 인간은 오늘도 발버둥치며 삶을 살아낸다.

 

 

심은이 저자는 국내 첫 여성 장례사다. 그동안 본인 손으로 보내드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녹여냈다. 그동안 다양한 독자에게서 주옥같은 후기를 첨부하고, 장례지도사의 궁금증을 더해 5년 만에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20대에 처음 일을 시작해 19년간 일하면서 후회한 적이 없다는 저자. '강연 100℃'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장례지도사 일을 하며 겪었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대기업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 퀴즈 온 더 블록럭에서 살면서 안 만나고 싶은 사람(?) 편에 나와 장례지도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 소명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개정 증보판에는 세월호 사고에서 느낀 소회도 추가되어 먹먹함을 더한다.

 

 

감전, 화재, 욕창, 자살, 원인미상, 부검, 교통사고 등 사인도 다양하다. 하지만 장례지도사는 고인을 대하는 태도는 매한가지다. 고인의 마지막 길, 살뜰한 배웅은 장례지도사의 큰 자질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런 일을 해요?'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모두가 꺼리는 시체를 만지고 보듬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 호기심일 것이다. 의연한 척하지만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한다. 저자는 예부터 잘못 전해 내려오는 장례 풍습을 고치고, 낡은 장례 문화를 좀 더 인도주의 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입관이 끝난 뒤, 유가족에게 상복을 내어 주는데 고인의 딸이 내 손과 맞닿는 게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순간 당황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만진 손인데, 단지 숨이 끊어진 어머니의 몸을 만졌다고 해서 그렇게 몸서리를 칠 수 있는 것일까." p23

 

 

간호조무사로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아픈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데 놀랐다고 한다. 매번 최선을 다해 고인의 마지막을 도와주는데도 자신의 손길에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도 털어놓는다. 자기 부모를, 연인을, 자식을 만진 손이 무서운 건지, 더러운 건지,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미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다. 인공지능에 관한 분야, 기계가 할 수 없는 창의성이 큰 예술 분야나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직업은 사장되지 않는다고 전망한다. 미래 유망 직업으로 '장례지도사'가 있다. 행복한 죽음 생일과 결혼으로 태어남과 제2의 신생을 축하하는 것처럼 마지막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정한 웰다잉, 웰빙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닌지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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