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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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된 책은 《댓글부대》였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사회적 루저들이 자기들끼리 뭉치고 권력의 맛을 알아가면서 이용되고 사라지는 이야기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졌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마치 인터넷 여론조작 업체에 잠입해 겪은 일을 쓴 것 같았다. 실로 댓글부대라 불리는 여론조작의 검은 움직임에 대해 체험하는 소설이었다.

 

 

그 후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으로 쐐기를 막아 나에게 장강명은 '센 작가'로 기억되었다. 소설이 워낙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문체라 작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체가 곧 말이나 행동처럼 느껴지는 작가 일치화 때문일 것이다. 간혹 독서 프로그램이나 TV 출연,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에서 본 장강명은 의외였다. 부드럽고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영화와 영화감독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로 체득한데 몇 년째지만 글을 아무래도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라 글이 바로 작가라는 생각이 더 커지나 보다. 그렇게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를 접하게 되었다.

 

 

표지부터 지금까지 낸 소설과 에세이 집과 다르다. 일러스트 속 장강명은 독설과 날선 비판을 가진 작가가 아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부근한 인상이다. 책은 요조와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읽고 쓰는 인간으로 장강명에 대해 썼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글 중간에 굵은 뼈가 박힌 듯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주제들도 많았다. 확실히 가볍게 읽힌다는 에세이의 틀을 쓰고 인문학 도서 쪽에 가까운 속내를 품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북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말하는 장강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세상에도 여전히 쓰고 읽기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은 말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제든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말하기만 하는 게 아닌 아내의 이야기를 찰떡같이 알아 드는 (남 이야기는 잘 못 알아들으면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내 인생의 책, 끝내주는 책, 숙제 같은 책, 충동 대출을 권함'으로 책 추천 코너를 읽는 재미도 있다. 이렇게 쓰는 작가는 대체 뭘 읽는단 말인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장강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말고 읽어야 할 필독서란 생각도 든다. 특히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하나의 책을 읽으면 연쇄적으로 파생되는 책들로 넓혀 간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관람에도 적용된다. 그게 장르가 되었건, 작가(감독)가 되었던, 소재가 되었건 간에 무한 가지치기로 리스트 도장 깨기를 하는 거다. 이런 방법은 의외로 단기간에 책이나 영화를 많이 봐야 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그리고는 간혹 영화감독을 좋아하는 나는 그 사람이 쓴 에세이를 읽기를 즐긴다. 그 사람의 사적인 행동과 말에서 영화의 실마리를 에세이에서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장선 상에서 이런 유의 책을 좋아한다면 이경미 감독이 쓴 《잘돼가? 무엇이든》과 김종관 감독의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를 추천한다. 물론 《책, 이게 뭐라고》의 가독성은 말할 것도 없다. 짧고 굵게 핵심이 잘 읽힌다. 개인적으로 고전을 읽었던 생각과 느낌이 산발적으로 계속되는데 고전을 왜 읽어야만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중요성을 충실히 깨달았다. 잘 쓰기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한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매번 까먹는 나를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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