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척 무례했던 너에게 안녕 - 칠 건 치고 둘 건 두는 본격 관계 손절 에세이
솜숨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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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니 저자가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며 만났을 수많은 책과 관계를 생각했다. 나와 비슷하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저자는 의도치 않게 작가와 책이 맞지 않았을 테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일에 매진했다. 단순함을 찾아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도 손보았다. 어디에나 악의는 존재하지만 자신을 키운 8할은 선의라 생각한다. 그 선의의 힘을 믿는다.

 

거절할 수 없어 싫어도 좋은 척, 질질 끌려다니던 자신을 돌아보며 손절을 연습했다. 지금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력하고 연습하는 중이라고 한다. 관계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책이다. 나도 인간관계의 테크닉, 노련함을 공감할 기회였다. 30대는 관계를 덜어내야 하는 나이라고 한다. 인간관계의 미니멀리즘. 누구나 다 만나야 하고, 연락해야 하며, 잘 맞지도 않는 사람과 인맥관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시간에 더 투자해야 할 것은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하고 싫어하는 것에 열정과 시간을 절약할 시간. 나를 더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은 내게 상처 줄 요량으로 작심했다기 보다, 혼자서 상처받은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다단해지는 게 필요하고 적당히 필터링해서 듣는 것도 필요하다.

 

호의를 베풀고 나서 다시 받은 호의를 생각하지 않는 것. 이런 것을 생색내지 않는다라고 쿨하게 말할 수 있다. 여러 번 이런 상호 관계에 집착해 몹시도 괴로웠다. "내가 기껏 생각해서 선물을 골랐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라든가,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고맙다는 말, 작은 선물도 없기야?"라는 태도는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저자 말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애정과 시간을 쏟고, 거기서 오는 기쁨을 조건 없이 그저 누리기만 하면 되는 거다. 이렇게 간단하고 기분 좋은 게 또 있을까?

 

 

 

솔직한 나머지 상대방이 깊게 상처받는 사람, 졸지에 호구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부당한 대우를 아무렇지 않게 떠넘기는 사람 등등. 책 속에는 분노 게이지가 차곡차곡 쌓이는 유형이 가득했다. 선을 넘는 사람들, 사회생활 조금만 해봤다면 알 수 있는 유형들이다. 학교생활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건 대한민국이란 거대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한 틀만 같다. 대체 여기서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건 가능할 것인가?

 

하지만 저자는 졸업 후 계속되는 취업난에 오로지 자신을 받아준 출판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리고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겪을 일과 문제점들을 일목 요연하게 책에 담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간의 피로감과 답답함을 누설하는 배설구일지도 모른다. 시원하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시원히 말하고, 자기와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백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살아갈 일생 동안 관계 때문에 힘들어질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다시 아프고, 상처받으니까. 하지만 백신이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덜 아프거나 따끔하고 넘어갈지도 모르고,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다. 그 단단한 마음의 에너지를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기에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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