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메릴 -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삶, 그 전설 같은 이야기
에린 칼슨 지음, 홍정아 옮김 / 현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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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긴 매부리코, 도드라진 광대뼈, 예민하지만 확고한 성격, 호탕한 목소리, 거침없는 발언 그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 메릴 스트립을 가리키는 수식어를 다 열거하기도 벅차다. 지난 40여 년간 60편이 넘는 영화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가졌었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뒷바라지하는 엄마, 남성 캐릭터의 들러리를 지나 당찬 여성, 주체적인 여성, 독립적인 여성, 악한 여성을 맡기까지. 수년의 노고와 과정이 책 속에 녹아있다.

 

현재 많은 후배 배우들의 찬사이자 롤 모델인 메릴은 어떤 사람일까?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조애나 크레이머의 독립성,<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프로페셔널함, <맘마미아>의 도나의 주체성 등.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메서드 연기의 교과서라 불리는 메릴 스트립을 탐구하는 시간이다.

 

 

본명은 메리 루이즈 스트립, 1949년 6월 22일에 태어나다. 아래로 해리 3세와 대니 두 남동생을 둔 누나였다. 아버지는 제약회사 임원 어머니는 상업미술가로 삽화를 그리는 프리랜서였다. 어머니의 예술적 기질과 당당함을 물려받은 메릴은 연극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어려서부터 "넌 할 수 있어. 넌 정말 멋져"라는 어머니의 응원은 지금까지도 메릴을 지켜주는 주문이다. 그렇게 사춘기가 왔고 고등학교 응원부의 들어가 본격적인 연기를 한다. 배역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십 대 또래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사랑받기 위한 "인싸(십대 시절 미의 여왕)"를 연기했던 것이다. 자신을 숨기기에 바빴던 가면은 메릴이 1967년 뉴욕시 여자 사립 명문대 배서 대학에서 비로소 해방된다. 항상 예뻐 보이지 않아도 되고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행복했고, 이어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시작한다.

 

 

그 후 예일 드라마 스쿨에 지원했고 예일 랩에서 활동했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초인적인 힘을 쓴 탓에 위궤양을 얻는다. 힘들게 예일을 졸업하고, 스물 여성 뉴욕의 배고픈 예술가의 삶이 시작된다.

 

 

책 속에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조애나 크레이머를 연기할 때 상대역 더스틴 호픈만과의 악연이 등장한다. 지금으로 따지만 미투였을 구시대적 행동들이 이어졌고 둘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호프만은 메릴의 아픈 과거(커제일) 을 들먹이며 몰입하길 원했으나 메릴은 혼자서도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남성이 쓴 원작을 토대로 여성의 입장을 반영해 써주길 희망했다. 조애나를 가정을 버린 나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연민을 품게 되는 호감 가는 페미니스트로 말이다. 그렇게<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탄생했고 메릴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소소히 연기를 해오던 때 남자친구 커제일의 죽음으로 깊은 상심에 빠진다. 하지만 예일 아트스쿨을 졸업한 동생의 조각가 친구 '돈 거머'와 사랑에 빠져 1978년 결혼한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히는 건가 보다. 상실의 아픔을 돈은 빠르게 치유해 주었고 연기 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

 

 

 

급성장한 신인배우 메릴은 영화 네 편을 찍고 더 이상 거물급 남성 배우를 받쳐주는 조연을 맡고 싶지 않았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는 외모를 잘 활용해, 마흔이 넘어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섭렵하게 된다. 늘 복잡한 내면의 까칠한 여성 역할에 끌렸다.

 

 

메릴은 누구처럼 보이기 보다 직감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하길 좋아했다. <소피의 선택>을 통해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하는 여성들의 대변인이 되고자 했다. 모성신화를 깨고 신성시되는 엄마가 가진 슬픔을 낱낱이 드러냈다. 소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의 가톨릭 신자이자 고통의 가족사를 겪은 상처를 안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다. 소피 역을 실감 나게 하기 위해 폴란드어를 배웠고, 폴란드 억양 섞인 영어를 사용했다. 강제수용소 촬영 장면을 위해 혹독히 살을 뺐고 미국으로 건너온 시기의 대비를 위해 보철치아를 사용해 확연히 다르게 만들었다. 캐릭터를 철저히 연구했고 결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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