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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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스스로 쓰레기 백수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였다. 30대까지 변변 찮은 직업 없이 백수로 지내오던 김봉철 씨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은근한 팬을 확보했다. 몸이 선천적으로 약하고 낯을 많이 가리며 소심한 편이라 아웃사이더로 지내며 인터넷으로나마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미드 자막이나 맛집 후기 등, 소소한 자신의 일기를 올리던 때.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만 하던 일을 누군가를 만나 해보고 싶었다. 블로그를 하면 자주 들어오는 맛집 리뷰에 함께 갈 사람을 모집했다. 그때 익명의 사람들을 모집하다 만난 사람이었다. 사정이 딱하니 자신이 했던 공무원 수험서를 헐값에 넘기겠단 소리였다. (여기서부터 냄새가 났다) 봉

철 씨는 용기 내 아버지에게 시험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고, 선뜻 없는 형편에서 20만 원을 주시며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다. 그러나 집으로 온 택배 상자에서 지나도 너무 지난 수험서가 빼곡한 낙서로 뒤덮여 있었다. 사기였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받고 소라게처럼 집으로 숨어 들어갔던 봉철 씨는 근근이 막노동을 하던 차에 블로그에 댓글을 받는다.

"저랑 같이 책 한번 내보실래요?"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써 놓은 일기를 누가 책으로 봐줄지 놀랍고도 신기했다. 그러면서 독립출판을 소개하며 나와 함께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때 독립출판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견적서의 돈이 문제였다. 어쩌면 혼자서 수작업으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정중히 제안을 거절하고 인디자인이 아닌 한글 2014를 통해 편집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작가란 신춘문예 당선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처럼 고졸에 보잘것없는 사람이 가당키나 한가라는 의문이 컸다. 하지만 하나의 댓글은 나비효과가 되어 봉철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면 독립출판물에 대한 정보를 섭렵했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다,

자기가 자신의 객관화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자존감이 높은 것과 근자감이 높은 것은 다르듯. 못났다고 여기면서도 잘났다고 여기는 게 현대인의 심리다. 하지만 봉철 씨는 많은 억눌림 속에서 스스로 누름돌을 치우고 세상으로 걸어갔다. 스스로는 쓰레기라고 칭할 수 있는 용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세상의 나를 솔직하고 진솔하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을 생각보다 드물다.

그래서 작가가 된 것 같다. 나도 작년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나만의 책 만들기'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직 국어 교사의 강의를 듣고 다양한 성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일이었다. 처음엔 먼 일처럼 느껴졌으나 마감일이 닥치니 뭔가가 나왔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물론 저자처럼 독립출판으로 나온 건 아니었고, 몇 권 인쇄해 도서관에 기증하는 형태였지만 뿌듯하면서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원고는 아직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이 원고에 반영되어 할 것 같다. 다시 들여다봐야지 봐야지 하던 것도 6개월이 지나 먼지만 쌓여 있다. 김봉철 씨의 책을 읽으면서 작년의 고군분투가 주마등처럼 느껴졌다. "나도 다시 시작해 볼까?"

《작은 나의 책》은 봉철씨가 맨땅에 헤딩해가며 만든 첫 책의 출판 과정과 독립서점 입고기, 강연 한 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또 다른 책을 만든 일,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오는 과정, 출판 마켓에 참여해 얻은 기쁨, 1인 출판사를 만들고, 짧지만 일다운 일을 해보기도 하고, 독립출판이 아닌 기존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등등. 독립출판에 대한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읽힐까?"란 막연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일은 일어나는 법이다. 우연히도 봉철 씨가 참여한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를 읽은 적이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최근 본 <테넷>에서는 일어난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고, 무지가 무기가 된다는 말을 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게 죄일 뿐. 두려워하지 말고, 귀찮아 말고 시작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주는 책이다. 1인 출판, 독립출판, 편집 등이 궁금한 사람부터. 저자의 서슴없는 필체와 인생을 궁금한 사람에게 권한다. 많은 위로를 얻었기에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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