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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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이 주는 위로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안정, 평온, 희망의 상징이 된 초록의 것들. 여름을 맞아 산책길, 둘레길 등 지천에 들풀이 자라난다.

 

 

책은 매일 산책하듯 별것 아닌 것들이 보내는 심심한 위로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와 함께 이름 몰랐을 들꽃, 들풀과 함께 삶도 잠시 쉬어 간다.

 

 

마흔. 요즘 마흔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한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제목에 마흔이란 말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이 책도 식물 에세이로 접했지만 사실은 소통이 잘 안되는 중학생 딸과 마흔의 엄마가 고군분투하는 삶이었다.

 

 

저자는 몇 년에 걸친 긴 슬럼프란 터널을 지나 가평으로 이사 왔고, 비로소 지천에 있는 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서 악다구니 쓰던 습관을 버리고 자연의 곁에서 적당히 부족함을 느끼며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산책길에서 만난 식물들은 오늘도 바람에 흔들리며 말을 걸어오고 있는 중이다.

 

 

 

길가의 잡풀들도 예쁜 이름이 있었고, 고유의 색깔이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두리번두리번 많은 들풀들을 관찰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거기에 피어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초록의 것들에게 힘을 얻는다.

 

 

책방 '북유럽'을 운영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글을 쓰고, 사춘기 딸과 오늘도 티격태격이다. 책이 어지간히 팔리지 않기게 통장 잔고에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그렇게 운영 중이다.

 

 

"산다는 건 별게 없지 않나. 산다는 건, 좀 더 구체적으로 '잘'산다는 건 나아지는 것. 생산과 소비와 별개로 조금씩 하나라도 더 나아지는 것. 그렇게 불완전한 한 인간을 죽는 날까지 차근차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겠다." P241

 

 

삼십 대 초반 돌연 찾아온 결핵성 척추염으로 아프기도 무던히 아팠었다. 그때의 글에는 클로버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클로버의 잎이 행복에서 행운으로 변하는 것, 세잎에서 네 잎이 되는 것은 짓밟혀서라고 한다. 그래서 네 잎 클로버는 시골보다 도시에서 발견할 확률이 크다. 원래 세장이 정상이나 짓밟혀 생장점이 손상돼 기형적으로 자란 결과라고 하니 약간은 안타깝다. 짓밟힌 행운을 찾아 오늘도 시골길을 헤맬 걸 생각하니 조금은 황당하고 어쩐지 서글프다.

 

 

그렇게 밟힘과 연관된 풀이 또 있다. 바로 질경이다. 질경이는 물에 닿으면 불어나는 젤리 같은 물질이 씨앗이 되는데 사람들에게 밟히면서 번식한다. 그래서 꽃말은 발자취다. 독일에서는 사람 발길이 잦은 등산로를 따라 핀다고 해 길가의 파수꾼이란 별명도 있단다. 삶도 질경이처럼 밟혀서 살아가는 거란 생각이 선명해졌다.

 

 

저자는 코로나19로 벌어진 팬데믹에 자발적 거리두기를 강아지 하이와 산책으로 함께 실천했다. 누가 직업을 물어보면 자신 있게 프로 산책가라고 말할 기세다. 조금 더 자연과 가까워졌고, 길가의 꽃, 풀, 나무와 말하기가 수월해졌다. 어쩌면 이번 바이러스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쉼 같다. 나도 의도치 않았지만 이번을 기회로 밀린 책, 영화 보기와 나를 돌아보기를 했다. 바쁜 일정 중에 짬을 내서 하기에 미루고 미뤘던 것들이다. 그래서 좀 더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잘 안되더라도 평온을 얻었다. 아픈 것보다, 죽는 것보다 지금 짜증 나고 우울한 게 행복이라고.. 전염병의 역풍은 부정적인 것만 있지 않다. 생각을 바꿔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꿔보자. 그 곁에는 한결같은 자연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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