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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
무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로도 만들어진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의 최신 에세이를 읽었다.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 전반의 것들에서 비롯된 100가지 항목을 정리했다. 스물네 살부터 독신의 삶이지만 꽤나 성가시고 어려운 매일의 선택을 생각하며 작가는 아득함을 느끼기도 했다. 60년을 살아오며 안락한 생활의 규칙을 고수하며 살아간 이야기가 들어 있다. 어쩌다 보니 성격처럼 미니멀리스트가 된 것 같다. 단정하고 깔끔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소소한 재미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기가 살아가는 모습과 노하우를 짧게 남겨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글도 생활처럼 깔끔하다.
먼저 집 밥. 장은 자주 보고 최대한 가정식으로 먹는다. 자극적인 소스나 설탕, 미림은 쓰지 않고 오로지 삶고 데치고 무쳐서 먹는다. 1년 내내 떨어지지 않는 채소에 제철 채소를 가미해 먹는다. 양이 많지 않아 채소와 육류를 가지고 일 인분에 알맞은 세 끼를 챙겨 먹는다. 음식과 어울리는 식기들로 외식하는 분위기도 연출한다. 기분을 내기 위한 잠깐의 일탈로 그릇과 주방용품으로 할 수 있음을 알았다. 세상 편한 전자레인지, 휴대폰이 없다기에 존경심이 샘솟았다.
그리고 주거 공간 집. 이사의 역사를 훑고 인테리어를 나이 든 고양이 중심으로 하는 배려.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고양이의 기쁨이 자기 행복 중 하나라는 책임감.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막중한 신념도 느껴졌다. 어떻게든 짐을 줄이고자 서류부터 책, 가전제품, 침구류, 옷 등 노하우를 들으면서 공감했다.
저세상 갈 때 다 챙겨갈 수 없기에 힘써 처분하고 또 처분한다는 말. 반은 공감한다. 나도 계속 책을 줄이고 있는데 공간을 내놓으면 또 차오르고 또 차오르고.. 어째 속도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간 책 땜에 집이 내려앉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기에 오늘도 주변에 나눠 주고, 내가 팔고, 기부한다. 물욕을 없애야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하긴 여간해서 힘들다. 언제쯤이면 물욕이 줄어들지 평생 해야 하는 숙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