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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평점 :

강세형 작가를 좋아한다. 무심한 듯 툭 내 뱉는 농담에 위로가 될 수도 촌철살인이 될 수도 있는 무엇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강세형 에세이를 읽었다. 처음에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로 알게 된 후 팬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문체로 옮겨오지? 라디오 작가라 그런가 문체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여전히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맛은 살아 있고 거기에 마음도 따뜻해지는 위로와 위안이 반가웠다. 며칠째 비 오는 주말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책이다. 비록 자신을 위한 위로이나 타인도 충분히 위안 받았으면 된 거다. 좋은 글이란 이런 거니까.
희한한, 왜 위로 앞에 희한하다고 썼을까. '다 잘 될 거야', '아프니까 청춘이지'라는 위로는 저리 가라. 위로를 위한 말은 아니었으나 상대방이 위로를 받았다면 된 거다. 그런 게 진정한 위로. 작정하고 내뱉는 의도된 말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라 썼다. 참 말도 잘 지었다.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니까.
사실 강세형 작가가 구내염을 달고 사는 것도 몰랐다. 전혀 몰랐던 병에 대해 알았기도 했고, 입안에 작은 상처만 있어도 거슬리고 불편하고 아픈데 그게 내내 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성가신 병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근 몇 년 동안 매운맛을 멀리했다. 그러나 문득 오랜만에 떡볶이가 먹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하지만 강세형은 이런 일도 특유의 농담조로 넘겨 버린다.
그리고 너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말에 진심 위로받았다. '너만 그런 거 아님'. 아.. 이 무슨 세상 무심한 위로인가.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말. 그래서 죄책감이나 누구를 탓하려 들지 말라는 말. 나도 다음에 이런 위로를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꼭 써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이 책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었고, 내가 발견한 위로의 순간들을 내 스스로 잊지 않도록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 p228
마흔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아 선배의 푸념처럼 차근차근 잘 도 들었다. 마흔에 고기를 많이 먹으라는 의사를 권고를 받았다니 참으로 부러운 이야기지만. 사람이 어떤 음식에 꽂혀 많이 먹는 이유가 다 있다는 말도 공감 갔다. 아파서 그런지 마흔이라 그런지 유독 몸을 소재로 한 글이 많고 건강에 대한 생각도 많다. 친구 닌자가 점집에서 들었던 말 "보기 드물게 건강한 체질"을 부러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역시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란 말 다시 마음속에 새기고..
마흔. 곧 나도 마흔이 올 거다. 작가 말대로 20대에서 30대 오는 건 그렇다 치고,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불안함은 말해 뭐 할 듯싶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조금 자랐을까, 조금은 늙었을까. 가만히 숨만 쉬면 곧 마흔이다. 앞으로의 삶도 이 책처럼 즐겁고 위로가 되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