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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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온 후 기억이 오래될수록 순간 받았던 감정이 떠오른다.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기념품이나 입장권을 보면서, 혹은 짧은 글이나 업로드한 SNS를 보면서 곱씹어 보기도 한다. 그땐 그랬구나 싶은 기억 속에서도, 유독 신기하거나 처음 접했던 것들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처럼 좋았던 공간의 경험은 특정 물건이나 추억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떠올릴 수 있는 삶의 활력이다.

 

 

 

 

이 책은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 저자가 여행을 하면서 느낀 작은 서비스, 태도, 맥락을 기록한 책이다. 굳이 따지면 전편은 일본 도쿄에 관한 것(2017)이었고 이번은 교토(2019)를 여행하며 쓴 것이다. 보고 느끼고 배웠던 소소한 기록이 하나의 콘텐츠로 사랑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교토 편을 완성했다.

 

 

전작과 같은 디자인인 사철누드제본이라 읽는 맛, 펴는 맛이 살아 있다. 인플루언서인 저자가 교토를 다니며 얻는 에피파니(epiphany)가 있다. 에피파니란 일상에서 갑자기 감각이 트이고, 깨달음이나 통찰이 반짝이는 찰나를 말한다.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도시답게 느렸다가 빨리지는 다양함의 공존 속에서 저자는 카페에 들러 그곳의 일상을 관찰하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쉼을 택하기도 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느릿한 여행의 컨셉을 대리 경험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관광지를 둘려보며 핫스폿을 소개하는 기존의 관광 책도 아니고 새로운 곳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으로 바라본 시각이 서비스, 마케팅, 디자인 분야의 독자에게 영감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키워드를 골라 글을 분류하고, 직업군에게 필요한 정보를 인덱스로 나눠 첨부했다. 시간의 흐름이나 두괄식 독서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읽고 확장해 나가는 독서다. 거기에 교토가 주는 전통과 현대의 매력을 잘 살려 다양한 관광지와 가게들을 소개하고 있어 마치 여행하고 온 기분까지 든다.

 

 

 

디테일, 소비자를 생각하는 한 끗 차이

 

감독 봉준호의 별명은 봉테일이다.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작은 것 하나까지도 지나치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봉준호+디테일의 의미 있는 조합이다. 책에서는 관광객이자 업무차 온 저자의 입장에서 느낀 디테일의 힘을 기록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또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고, 물건을 다시 사도록 만들고,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한 작은 배려를 모아두었다.

 

기요미즈데라의 사계절을 표현한 입장권, 명함 크기로 제작된 일본식 정원 무리안의 입장권, 하나의 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긴카쿠지의 입장권과 워밍업 로드는 관광지의 첫인상을 바꾸고, 스토리텔링으로 기억되는 마법을 부린다.

 

 

 

외관에서 풍기는 평범한 네오 마트는 손글씨로 상품 하나하나에 적어 놓은 메모가 인상적인 가게였다. 디지털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에게 아날로그의 회기를 상기해 주는 반면, 단순히 상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마치 상품 소개를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것처럼 꾸며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점을 극화했다.

 

 

결국 모든 디테일은 사람에게서 나온고 저자는 말한다. 물건을 소비하는 상황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사용 후의 상황까지 예상한 고민. 구매 고객 후의 행동까지 관찰해 제품에 신경 쓴다면 분명 만족스러움이 배가 된다. 그게 바로 사람을 향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다.

 

 

여행지에서 겪은 사소한 것들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 정리한다는 것은 내가 놀러 온 건지, 일하러 온 건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저자의 마인드에 따라 유유자적 교토를 여행한 기분이다.

 

 

특히 전편에 영감받아 우리나라 카페에서 발견한 '짐바구니'나 영감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지하철 2호선의 혼잡도 표시 열차, 페트병에서 비닐을 쉽게 제거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 등. 콘텐츠의 가치를 새삼 실감한다고 털어놓았다. 일을 배우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사례가 마케터이자 기획자의 눈으로 본 여행지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다가온다.

 

 

때문에 지금 시국에 일본 관광이라니 하는 생각이 아닌, 철저히 이 나라에서 어떻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특히 고객 서비스에 고심하는 기업에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비슷한 한국의 사례도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살아가는 데 있어 디테일이 강한다면 어디든 쉽게 스러지지 않고 적응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인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고 생각하며 쉬는 '인사이트 여행'이다. 다음번에는 이런 유형의 여행도 해보고 싶었다. 빨리 모든 것들이 안정화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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