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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인증샷이 대세를 넘어 필수가 되었다. 한 것, 먹은 것, 산 것들을 SNS에 인증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시대다. 그러나 인증 사진도 조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동영상을 찍거나 글로 후기를 남기며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책은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쓴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름하여 체험+저널리즘의 합성어 체헐리즘이다. 직접 경험한 것만큼 생생한 후기도 없다. 해봤냐는 말에 당당히 해봤다고 할 수 있으려면 남기자처럼 이란 선례를 남기는 것 같다. 참 다양한 분야를 직접 겪어보고 글로 풀어 냈다. 발로 쓴 기사, 발로 직접 걷고 뛰며 얻은 기사다. 값지고 진정성이 묻어 난다. 이런 게 바로 언론이란 생각이 든다.

첫 챕터부터 세다. 남성이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쓴 기사다. 브래지어를 고르고 찾는 것부터 웃음이 터져 혼자 킬킬거리면서 읽었다. 남기자의 맛깔스러운 글맛과 직접 찍은 사진의 캡션(사진 설명)은 혼연일체를 이룬다. 사진 밑에 글도 춤을 추고 있는 듯 생동감이 느껴졌다.
현대인의 필수 능력은 멀티스태킹? 그거 사실 뇌를 속이고 있는 거라고 한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며 무언가를 검색하고, 버스에서 카드를 찍고 걸어간다면? 당신은 멀티스태킹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멍 때리기' 대회가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취지를 알면 오싹해질 것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우리 뇌는 쉴 시간이 전혀 없고, 수면의 질 또한 나빠지고 있다. 뇌를 혹사 시키고 있는 통에 진화한다라기 보다 퇴화하고 있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남기자가 체험해 봤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보기' 나는 솔직히 이제 못할 것 같다. 쉬면서도 스마트폰이나 책을 들여다보는 나는 1분 1초가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일중독인가?;) 그렇게 남기자는 일어나 500미리 물 한 통을 준비해 빈방으로 향했고, 그대로 대(大) 자로 뻗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뇌파 검사를 해보니 극심한 스트레스에 지쳐 있었다. 12시간이 목표였다. 천장의 벽지를 응시하면서 매직아이도 하고, 간지러운 부위를 손이 아닌 발가락으로 긁고, 졸리면 자고 정말 누워서 멍 때리는 시간을 체험했다.

우리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며 쉬어 본 적이 있을까. 남기자는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보고 위로를 받은 듯했다. 현자 같은 푸가 이런 말을 한다.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 정말 현타오는 말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오후 7시에 마치고 스마트폰 전원을 켜 300개가 넘는 연락을 간단히 무시하고 맑은 정신, 밝은 표정과 피부로 리프레시 했다. 나도 뭐든 잘되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이 방법을 한 번 해볼까 한다.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체험한 자의 후기가 매우 좋음으로 용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