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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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시대 여름휴가부터 국내 여행지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 하나같이 국내여행을 꺼리는 이유가 '볼 것이 없다'라는 것이라 한다. 그밖에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배우다 보니 외우고 시험을 위해 정보습득으로만 소비한 현실이 클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다 비슷비슷하고 똑같이 보이지만 역사를 알고 떠나는 여행지는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방구석에서 떠나는 역사여행 자, 시작해볼까?

 

가본 여행지보다 가봐야 할 여행지가 더 많았는데 아는 곳이 한두 개 정도가 있었다. 동해 하조대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아름답고 푸른 동해 바다와 해수욕장에서 여름 피서를 즐겼던 게 생각났다. 하조대라는 이름이 이내 궁금했는데 따로 알아볼 생각은 안 했다. 고려 말 하륜과 충신 조준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 건국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하조대에 올라 조선의 광활한 미래를 그렸을 것이다.

 

재미있는 하조대에 얽힌 전설이 하나 더 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갖는다는 것. 얼굴과 품성 지적 능력을 가진 하 씨 성의 완벽한 청년과 조 씨 성을 가진 두 여인의 사랑 이야기였다.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세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어 하조대에 올라 생을 마감했던 전설이다. 오랜 옛날 일부다처제가 어려웠다니 살짝 이해할 수 없으나, 하조대가 더욱 신비로운 관광지가 된 것은 틀림없다.

 

백정 교회라 불리는 인사동의 승동교회의 역사를 아는가. 천주교 보다 늦게 들어온 개신교는 1893년 미국 북장로회 소속의 선교사 사무엘 무어와 신도 16명으로 시작했다. 당시 천민이었던 백정 박성춘(추후 하무엘 무어 선교사가 지어준 이름)은 아들 박봉출을 승동교회에 보내 학습하게 했다.

 

그러다가 조선을 강타한 콜레라로 사경을 헤매게 된다. 여기저기서 아버지의 치료를 거절 당하자 간곡히 무어 목사에게 부탁하게 된다.

 

무어 박사는 고종의 주치의였던 올리버 에비슨에게 부탁해 그를 치료했고, 이에 감복해 박성춘은 기독교로 개종한다. 하지만 교회의 유지였던 양반 출신 신자들은 백정과 함께 다닐 수 없다고 떠났고 이후 홍문수골교회를 세운다. 자신 때문에 어려워진 교회를 살리고자 백정들을 설득해 신도를 모았는데, 1905년 지금 인사동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승문교회는 1911년 백정으로 처음 장로가 된 신분제 철퇴 사례이자, 아들 박봉출(이후 박서양 개명)을 최초의 서양 의사로 배출한 모토이기도 하다. 또한 계급 타파뿐만 아니라 사회적 평등을 이끌어 냈으며 일제강점기 3.1운동의 중심지기도 했다. 3.1독립 만세를 외치기 직전 독립선언서 1,500매를 학생들에게 전달한 장소가 승동교회다. 1922년에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가 설립되었고, 1939년에는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조선신학교가 출범하기도 했다.

 

 

그 옛날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부터 가치가 있었고 특유의 지역색과 협치를 이루어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한국 여행의 묘미를 이제서야 할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알게 되어 부끄럽지만 조금 더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아끼고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지는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천지차이다. 모르고 간 후 정보를 아는 것도 좋지만 기왕 공부한 후 찾아가면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여행을 계획해 보게 되었다. 비록 시국이 좋지 않지만 혼자 혹은 가족끼리 소소한 여름 피서를 준비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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