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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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는 20여 년간 에어 라인 역사에서 이슈가 된 사건사고 조사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만들었다. 생각보다 비행기 사고는 많았고, 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조종사, 승무원, 관제사 덕분에 아찔한 사고들을 최소화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통계학적으로 자동차나 기차 등 탈것으로 인한 교통사고 보다 비행기 사고가 적게 일어나지만 유독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보니, 공포심이 커진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사망자가 전원 사망하거나 피랍되는 등 비행기 사고를 크게 다루기 때문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거라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통계적으로 빈도수가 낮다고 할 수 있다.

 

 

항공 여행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 한다. 항공사고의 발생 확률이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적은 것은 비행기가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탑승부터 하기까지 전 과정이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 운항의 기분 개념은 위험 징후를 사전에 인지하고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회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항은 비행기가 위험에 처하기 전에 안전한 곳에 멈춰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화재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좌석에 앉자마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일러준다.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확인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확보하라는 것. 엔진 화재가 발생하면 발생한 쪽 비상구는 열리지 않는단다.

 

이 책은 비행의 역사를 써 온 거의 모든 이슈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풀어내었다. 비행기는 타는 거라고만 아는 거의 모든 승객들에게 비행기 구조와 위험한 상활을 알려준다. 비행기 납치를 부르는 하이재킹을 막고 안전을 위해 외국 비행기에 있는 에어마샬(air marshal) 또는 스카이 마샬(sky marshal)이 탑승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비행기에서 피운 담배꽁초 때문에 화재를 부른 참사는 아찔했다.

 

 

지금은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화장실 문에 재떨이가 있다고 책에 쓰여 있다. 과연 그런가? 내가 비행기를 탄 게 4년 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시 타게 되면 꼭 확인해 봐야겠다. 그 이유는 기내 흡연은 금지지만 혹시라도 피웠을 경우 꽁초를 아무 데서나 버리면 안 된다는 것 때문이다. 비행은 참으로 아리송하고 아찔하다.

 

하이재킹(hijacking)은 서부 개척 시대 강도들이 달아나는 마부 옆으로 바짝 따라붙어 권총을 머리에 들이대고 "Hi, Jack(영미권 가장 흔한 이름인 John의 애칭)"라고 위협하는 말에서 따왔다. 지금처럼 비행기 보안이 강화되기 이전인 1960-70년대는 하이재킹의 황금시대로 남미의 공산혁명과 중동의 오랜 민족분쟁으로 비행기를 납치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게 대세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공포의 도가니로 승객들을 몰아가지 않고 함께 음식도 나눠 먹으며 친근한 시간을 보냈다니 놀랐다.

 

 

요즘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랜딩기어베이에 숨어 밀항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최고 흥미진진하다. 랜딩기어베이는 성인이 들어가 숨을 수 있을 만큼 넓지만 이륙 직후 동체 안으로 접혀 들어갔다가 착륙 직전 다시 내려오는 랜딩기어 보관 공간이다. 비행기가 11,600미터의 고도로 순항하는 동안 랜딩기어베이 안에 숨어있던 압디는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 손상이나, 동상도 입지 않았다. 아직까지 어떻게 압디가 좁은 공간과 낮은 온도에서 살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냉정하고 이성을 잃지 않던 현실주의자 보잉은 목재 사업을 하던 중 시애틀 박람회에서 본 비행기에 매료되어 비행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일화가 흥미로웠다. 우리는 튼튼한 비행기 보잉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인류 역사의 오점인 세계대전 특수로 튼튼한 비행기를 만들게 되었지만, 비행기 역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은 인정할 만하다.

 

상황의 본질을 알아채고 상대를 배려하는 입체적 감각 의식인 센스(Sense)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저자의 경험 결정체다. 인간의 식스센스 6가지 감각과 상황을 다각화로 바라보는 통찰과 책임감은 영화<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의 실제 주인공 설리처럼 위기의 상황에서 빛난다.

 

 

이 책으로 잘 모르던 비행에 관한 정보를 재미있게 알 수 있었다. 재미와 지식 제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인문학도서로 추천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가지고 곱씹어보며 풀어내는 철학적 사유는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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