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수도원 펭귄클래식 8
제인 오스틴 지음, 임옥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한 소설의 여주인공이 다른 소설의 여주인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과연 누구로부터 그녀가 옹호와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내 주인공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

 

 

 

제인 오스틴의 문학은 해피엔딩이라 즐겁다. 캐릭터들도 명확하고 유머스러워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결말지을 수 있는 여지의 열린 결말이 아니라 깔끔하다. 오늘 점심 뭐 먹을지도 고민하는 결정 장애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확실한 결말은 환영받을 만하다.

 

 

그러나 현시대와 맞지 않는 한계점도 많기에 문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는 작품이다. 특히 이자벨라 소설을 논하고 상상하는 장면이 유독 많아 마치 여러 책을 읽은 것 같이 벅차긴 했다. 각주를 찾아 뒷장을 얼마나 뒤적거렸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제인 오스틴의 시그니처 여성 주인공은 항상 좋은 남편과 행복한 결혼으로 끝난다. 그리고 늘 주인공은 가난한 여성이 아닌 그래도 알아주는 가문의 딸로 나와 무리 없이 부자와 결혼할 수 있다. 현대에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쓴 소설이 있다고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결혼으로 여성의 인생이 결정되는 시대엔 그런 식의 결말은 어느 정도 타협을 본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결혼이란 제도를 이용해 여성이 누릴 수 있는 금전적인 부분과 타이틀을 얻는 것은 매우 실용적이다. 결혼은 사랑만 가지고 될 수 없음을 알고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사교계와 결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통에 당시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예전에 《오만과 편견》을 읽고 영화로 봤을 때보다 요새 더 제인 오스틴과 친하게 지낸다. 코로나를 뚫고 어렵게 극장 관람으로 만난 영화가 <엠마>였고, 무거운 시국 속에서도 발란한 분위기가 무척이나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캐서린 몰란드는 앨런 부인 오빠 제임스와 바스로 온천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부인의 동창 소프 부인, 부인의 자녀 이자벨라와 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헨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행 중에 만난 이자벨라와 문학을 매개로 절친한 친구가 되지만 영악하고 사악한 이자벨라의 계략(?)에 말려들어 헨리와 깨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사랑, 우정,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배우며 성장하게 된다. 결국 헨리의 아버지 틸리 장군의 저택 '노생거 수도원'으로 초대를 받으며 황당한 소동을 벌인다.

 

 

《노생거 수도원》은 시대와 나라가 바뀌어도 공감력 높은 연애 이야기로 활기를 보탠다. 거기에 다양한 유형의 인간들이 나오는데, 세심한 관찰이 없이는 어려울 정도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압권이다. 고전이 왜 고전이라 불리는지를 확인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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