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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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들은 긴 글을 잘 못 읽는다. 어려서부터 모바일과 PC에 길들여진 탓인지 카드 뉴스나 영상이 편하다. 그래서일까. 단편보다 더 짧은 초단편의 짧은 글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트위터의 140자, 인스타그램의 사진 밑의 짧은 글, 각종 SNS의 글들이 더욱 익숙하다. 이를 견양한 소설이 바로 김솔 짧은 소설이다.

 

짧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압축된 표현과 가쁜 호흡을 유지해 결말까지 치고 달려야 하는 가독성이 필요하다. 거기에 주제도 갖추고 있어야 하니, 시(詩)나 하이쿠처럼 외려 긴 글보다 더 어렵다. 성(性), 국적, 사회, 종교,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진 40편의 짧은 소설은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빛나고 있다. 목차만 읽어도 한 편의 짧은 소설이 될 것 같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이끌리듯 글자를 쫓았다.

 

인간 삶에서 필요한 가치들이 진열된 컬렉션 같다. 하나하나씩 뽑아 읽다 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하게 된다. 인생을 경험한 것 같고 경험을 배운 것 같다. 뚜렷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아도 은근한 열린 결말은 누구 하나 같지 않은 다양성의 집합체다. 나 자신이기에 특별하고 누구도 같지 않기에 존엄성을 갖는다. 소설 속에서 만난 여러 나라 사람들은 각자가 하나의 우주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개개인의 인생의 작은 균열이 모여 아우성치고 있는 넋두리. 이게 바로 살아남은 자들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아닐까. 살아 있으니까 살아간다는 말처럼. 어떤 삶도 쉽게 재단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가 보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만큼 간접적인 소통 방식이 또 있을까.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사는 중요한 방식이다. 짧은 소설들이 묶인 초단편은 언제 어디서나 읽기 좋다. 15분 내외로 한 편을 끝낼 수 있어 사유하기 좋아하는 몽상가를 위한 맞춤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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