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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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주인집 할머니는 이런 말을 썼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장면에서 여러 관객이 울컥했을거다. 죽은 줄 알았던 화분에 정성을 쏟고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주며 살려내는 할머니.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딸도 꽃이 피는 이 나무처럼 다시 돌아오면 어떨까 바라는 한마디였다.



이 책은 마흔 살에 자살을 꿈꾸다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던 고재욱 씨가 경기도 양평의 요양원에서 봉사하며 새 삶을 찾아가던 중 할머니들에게 얻은 지혜와 감동의 엮어 낸 이야기집이다.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믿었던 고재욱 씨에게 피해기만 했던 사람이 힘이 되고 잃어버린 사랑을 찾게 해준 곳.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이 멀어지는 요양원이었다. 삶과 멀어지는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바투 잡게 된다.



"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알게 된다. 지나버린 어제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 보다 오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라는 희망은 모든 이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지는 희망이라는 것을"    P54



조금씩 천천히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치매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병이다. 고약하게도 가장 최근 기억부터 멀어지는 탓에 가족들이 가장 상처받고 힘들어지는 병이기도 하다. 따라서 치매를 터부시하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처럼 위중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지역 사회에서 함께 돌보며, 치매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 생활 속에서 함께 돌보는 체제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요양원에 가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치매 환자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가 아니다. 우리나라 치매 관련 예산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우후죽순으로 요양원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2008년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치매환자가 돈벌이가 된 요양 시설의 폐해라 지적한다.  세금을 악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곳도 있다고 말한다.



일본처럼 치매 노인을 지역사회에 흡수하는 정책이 아니라, 격리하는 정책일 때 사회의 높은 벽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늙어가고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지금 당장, 내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계속된다면 누구도 그 자리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노인들이 요양원에 가기 꺼려 한다.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 나 나올 수 있다는 선입견이 크기 때문인데 틀린 말도 아니라고 한다. 가정에서 보살필 수 없어 보낸 요양원에서 노인 수십 명을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본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개개인에 맞춘 세심한 요양보호가 가능할까. 이런 일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환기도 되지 않는 곳에서 기저질환이 있고 나이가 많은 요양원 환자들이 전염병에서 대거 스러져갔던 과거를 기억해 보길 바란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발견했다. 무엇보다도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요양 보호사의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치매 환자의 대소변을 정리하고 말벗과 식사를 챙기는 실질적인 가족이기도 하다. 요양원은 죽음을 앞둔 치매 노인들이 삶을 연명하는 곳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돌보고 치매 환자 가족의 책임을 사회적으로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무작정 가졌던 요양 보호사와 요양원의 편견을 많이 희석시킬 수 있었다.



《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특별할 것도 없이 반복되는 치매 환자의 일상을 따스하게 그려낸 책이다. 읽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살아온 인생이 곧 한 권의 책이며 영화인 노년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할머니들은 대부분 아주 예전의 기억을 들려주신다. 그 이야기는 천일야화고 한 곡만 계속 반복되는 LP의 노래 가사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 부분이며 개인의 대서사시다. 돌고도는 고전이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자기 계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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