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 특별 합본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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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집에 한 권씩 들 있지 않았나? 찾아보니 2000년 대 초반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1권 소장하고 있었다. 200만 명의 이상 독자와 만났다고 하니 명실상부 대한민국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야기'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2000년 처음 출간되어 10년 뒤 5권 완견 될 때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 20년을 맞아 5권 특별 합본호를 선보였다. 무려 1,100쪽이 넘는 방대한 이야기의 힘이 응집되어 있다.

 

 

정확한 출처나 지은이도 없는 신화를 우리는 왜 읽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이야기에 끌렸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고, 종이가 발병되면서 책으로 담아 옮겨졌다.

 

 

신화를 미궁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궁(모험)에 빠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리아드네(기쁨)을 절대로 만날 수 없다. 실타래(상상력)를 빌려 미궁을 탈출하려는 독자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유튜브로 클릭만 하면 해석해 주지만 굳이 텍스트로 읽는 이유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영상으로 얻을 수 없는 기쁨을 책으로 간직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인의 관점, 영어 단어의 어원, 동양과의 접점을 통달할 수 있다. 신화를 공부하면 삶과 대중문화, 예술 영역 전 영역이 재미있어진다. 페미니즘과 윤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냥 쓰레기 모음집일 수 있다. 온갖 간통, 불륜, 치정, 근친상간, 패륜, 범죄 등등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를 통해 신과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터부시하는 어떤 것에 도전하거나 면죄부를 받는다. 1권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라는 테마로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뭐니 뭐니 해도 '사랑'테마가 백미다. 제2장의 테마는 '사랑'이다. 신이고 사람이고 사랑타령 때문에 분란이 일어난다. 저주, 살인, 죽음, 국가의 탄생 등등 지지고 볶는 모든 일이 사랑 때문에 생긴다. 인간보다 높은 존재도 죽음과 성(性) 적인 경험은 인간과 비슷함을 깨닫는다. 잃어버린 반쪽이를 찾는 험난한 여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등. 인류문화의 다양한 케이스가 등장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서양 신화를 읽히는데 부담스러워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제3권의 주제는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다. 신들에게 잘 보여 부귀영화를 누린 인간 VS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인생을 망친 인간들의 이야기다. 당신이 원하는 소원을 빈다면 어떤 신에게 말할 것인가? 재미있는 상상력을 발휘해도 좋겠다.

 

 

그 시대 사람들이 합의해 도출한 보편적이 꿈과 진실이 바로 신화다. 때문에 신들을 향한 경건함은 그 시대 사람들이 바라던 도덕과 경건함, 예의였다. 따라서 신에게 도전하는 자는 꼭 합당한 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오만은 신화시대 영웅들이 잘 걸리는 난치병이었다. 이 난치병 환자들은 신들은 죽도록 싫어했다. 그들의 태생부터 고귀한 장점이 신들에게는 부정적인 장애물이 될 때가 많다.

 

3권에서는 오드리 헵번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모티브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등장한다. 버나드 쇼가 백 년 전 패러디한 《피그말리온》이 원작은 해를 거듭해 재해석 되고 있다. 꽃 파는 가난하고 무례한 아가씨를 나이 든 음성학 교수가 매너와 말투를 가르쳐 상류층 아가씨로 환골탈태한다는 줄거리, 신분의 차이가 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다. 신화에서는 플로리젤이란 왕자가 양치기 딸 페르디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훗 날, 대명사가 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스스로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경우 나타내는 뜻이 되었다.

 

 

피그말리온을 몇몇 신화 사전에서는 퀴프로스(지금의 사이프러스)섬의 왕이라 풀이한다. 이를 바탕으로 2천 년 전 오비디우스가 받아들여 썼고, 4백 년 1611년 즈음 《겨울 이야기》 란 제목으로 셰익스피어가 다시 썼다. 1백여 년 전 버나드 쇼는 패러디한 작품을 희곡으로 만들기도 했으며, 50년 뒤 뮤지컬 드라마 영화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다.

 

이아손과 메데이아 신화를 아는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원작자가 메데이아 신화를 참고했다고 해 관심 있게 읽었다. 앞에서 계속 강조한 것처럼 신화는 예술 영역의 밑바탕이다.

 

 

메데이아는 영웅 이아손을 도와 조국을 배신하고 동생까지 죽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아손은 이런 메데이아를 두고 새 아내를 맞는다. 그리고 훗날, 메데이아는 손수 제조한 독약으로 이아손의 새 아내를 독살하고 궁전에 불을 질러 자기가 낳은 자식을 둘이나 죽인다. 훗날 메데이아는 아테나이 왕 아이게우스의 아내가 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족도 자식도 모두 배신했지만 그 사랑을 얻지 못한다. 남자에게 헌신했으나 원하지 않는 결과에 씁쓸해진다. 메데이아도 기구한 운명이다.

 

 

드디어 그리스 로마 신화 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4번째 장에서는 제우스의 아들'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을 다루고 있다. 다시 한번 내가 알던 헤라클레스는 얄팍한 지식이었음을, 한번 신화가 된 이야기는 끊임없이 변주된다는 영원성도 확인했다. 별자리나 천체에 관심 있는 사람에도 정말 유용하다. 별자리 소스도 신화에서 많이 차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 문화의 근간이 신화 안에 다 녹아들어 가 있다. 영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보고 싶으면 신화를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헤라클레스는 인간의 아들인 줄 알았다. 알케이데스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정식으로 헤라클레스로 불린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인간 알크메네로부터 얻은 자식. 헤라에게 정체를 숨겨 젖동냥을 받았다가 은하수가 생겼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헤라클레스라는 말은 사실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힘이 장사라서 아기 때 뱀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커서는 악명 높은 사자의 입을 찢어 죽이고 그 가죽을 쓰고 다녔다. 따라서 헤라클레스를 대표하는 것들은 소, 올리브나, 몽둥이, 사자 가죽 등이 있다. 유럽 박물관 갔는데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면 주변에 함께 놓인 오브제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 대충 누구를 뜻하는 건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아폴론 신의 신탁을 받아 아르고스의 땅에서 1신년 반 동안 머물게 된다. 1신년은 8년. 인간 시간으로 12년이 된다. 그래서 12가지 과업으로 묶인 듯. 헤라클레스를 상징하는 숫자가 12인 이유도 알겠다. 신화에서 12는 아주 중요한 숫자다. 1년이 12개월이고, 하루가 12의 두 번 반복임은 괜한 우연이 아니다.

 

신화는 현대까지도 끊임없이 오마주, 패러디, 재해석된다. 예술과 대중문화의 깊이감을 느끼고 싶다면 신화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공들여 오랜 시간 불편하게 읽은 텍스트의 시간만큼 당신의 머리와 가슴에 깊게 아로새기는 신화가 되길 희망한다. 최근 수도권 확진자가 늘어나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인 만큼 집에 콕 하며 그리스로 책 속 여행 가기 좋은 날이다. 건강한 집에 콕 생활, 코로나 시대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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