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도시 - 대규모 전염병의 도전과 도시 문명의 미래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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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는 물을 통해 정확히 표현하자면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박테리아로 전염된다. 19세기 산업 도시의 원형이었던 런던에서 가장 빠르고 많이 전염되었다. 당시 도시의 과밀화는 진행되었으나 식수와 배수로가 제대로 형성, 관리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콜레라로 죽었다. 1853년-54년의 참상은 무려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50년 전 런던의 무차별 죽음으로 얻은 교훈으로 1865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하수 체계를 만들었다. 위생적인 상수 체계 및 쓰레기 처리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전 세계 모든 산업 도시의 핵심 하부구조 사업이 되었다.

 

 

 

 

책에는 이런 말이 의미심장하게 적혀 있다. "미래에 정말 엄청난 전염병이 닥친다면, 지도가 백신만큼 결정적인 퇴치 무기가 될 것이다." 현재 발생한 신종 코로나19는 디지털 지도뿐만 아닌, 과학의 힘으로 슬기롭게(혹은 무식하게) 극복 중에 있다.

 

그때 런던에는 독불장군이자 열정으로 똘똘 뭉친 아웃사이더 '존 스노(저자는 왕좌의 게임 존 스노와 스펠링은 다르지만 언급을 통해 격상시킴)'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는 공중보건과 역할을 탐색했다. 빈민촌과 식수제공 회사의 자료를 모아 감염 지도를 작성했고, 상수도가 오염돼 콜레라 발생이 높다는 가설을 세웠다. 가장물 맛 좋기로 소문난 브로드 가 펌프를 제거한 순간 콜레라는 종식 시킬 수 있었다.

 

 

 

 

책은 마취제를 발명해 여왕의 순조로운 출산을 도와 일약 스타 의사가 된 존 스노가 꽃길을 마다하고 콜레라와 펌프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은경 본부장이 있다면 150년 전 런던에는 존 스노와 독기 이론(공기 독성이 너무 강해 물까지 감염시켰을 거라는 것)을 펼쳤던 런던 토박이 성직자 화이트헤드의 활약이 있었다. 물론, 독기 이론으로 확증편향을 펼침으로써 구할 수 있었던 병을 키운 사람들이 있었다.

 

 

 

 

콜레라는 몸의 수분을 빼내 말라 죽이는 병이다. 타는 듯한 목마름을 경험하지만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어 참거나 그 물을 또 마셔야 하는 악순환이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최악의 고통을 너무나 또렷한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잔인함 말이다. 사람들이 도시에 몰려들어 높은 인구밀도를 보이자 분뇨가 넘쳐났다. 그리고 제국주의 회사들은 해상 무역 경로를 개척했기에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염병이 퍼져 나갔다.

 

 

민간요법, 상업적 만능약, 비과학적 처방들의 홍수 속에서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제대로 된 조언, 수분을 섭취하라는 조언을 들리지 않았다.

p70

 

 

콜레라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은 탈수를 방지하는 소금과 물을 공급해 주면 되는 거였다. 이 경제적이고 손 쉬은 방법은 토머스 라타라는 영국 의사가 발견하지만 잊혔다. 그도 그럴 질대 당시 신문매체는 등장했으나 광고가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 의학이 전문 과학으로 성립되기 이전이라 권위가 없던 시대라 진정한 선구자들이 의료계 텃세 없이 약을 개발하고 팔 수 있었던 아이러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약재나 민간요법, 가짜 약, 잘못된 처방, 청소부들의 비위생성(뼈, 석탄재, 개똥, 분뇨 수거인, 넝마주이, 선상 청소부, 개펄, 강물 수색꾼) 등도 판을 쳤다. 명망 있는 의료계 인사들이 자신의 치료법을 무료로 공개하고 이에 반박하는 기사들이 수도 없이 게재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이때 신문이나 잡지들이 광고 수익을 채택하게 되었고, 의학이 발달되었으며, 공중보건도 체계화되었다. 질병은 인류의 목숨을 노리고 있으나 빼앗아간 목숨만큼이나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책은 1854년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10여 일에 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단순한 나열보다 작가의 말맛을 조금 보태 훨씬 드라마틱 한 구성을 취했다. 콜레라 유행의 확산과 억제를 역사적 사료와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었다. 저자는 런던 소호 거리를 배경으로 콜레라 창궐 과정을 상사하게 기록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상세하고 재미있는 해석이 딱딱한 느낌의 전문서처럼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책을 읽는 동안 19세기 런던 브로드 웨이에 열흘 동안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반전도 소개된다. 19세기 런던에 창궐한 콜레라가 종식된 후 10년 후 재발했을 때. 당시 존 스노의 반대편에 섰던 '윌리엄 파'가 나서 진상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존 스노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이스트 런던 상수도 회사의 문제점을 밝혀낸다. 우리나라 질본이 사스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반영해 이번 코로나에서 기지를 발휘한 것처럼 말이다.

 

 

존 스노는 도시를 탐닉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표시한 통계치(사망자 수, 발병한 곳, 펌프 위치 등)를 통해 유령 지도를 만들었고, 콜레라의 원인을 밝히며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코로나 유행 지도, 빅데이터를 통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감염 경로를 밝히고 차단하는 150년 전 선행을 지금도 적용하고 있다. 21세기 거대도시들은 19세기 런던을 하나씩 배워 나갔다. 특히 공동체를 공중보건과 신기술, 정부 주도로 만들어 가는 체계를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 모든 역사는 한 사람의 활약으로 가능했던 건 아니다. 과학, 의학, 기술, 정부의 협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우물물을 먹고 병이 옮겨간 사례처럼 지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역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소수의 의견으로 출발할 때가 많다. 끈기 있게 매달린 아웃사이더가 온 세상 사람들을 살릴지 누가 알았는가. 정보가 판치는 세상에서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통찰도 필요하겠지만, 다수의 의견에 휩쓸려 정작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소수의견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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