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박준석 지음, 이지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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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고 싶다. 이 말을 쓰면 꼰대 인증이지만 아이의 글을 통해 내가 아이였을 때를 돌이켜 봤다.

 

 

 

 

이 아이 참 영특하고 대견하다. '아이를 믿는 어른이 되자'라니, 자기가 커서 어른이 되면 아이를 믿는 어른이 되어야겠단다. 꿈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과학자 하나는 역사학자. 만 1살 때 가습기 살균 피해자가 된 박준석 군의 이야기다. 그동안 일기처럼 쓴 수필이나 독후감, 시를 엮어 만든 글 모음집이다.

 

폐가 많이 망가져서 또래 때 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 아이는 청천벽력 같은 일에도 차분하게 대처한다. 오히려 어른보다 더 어른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이자 SBS 영재발굴단에 독서 영재로 소개된 박준석 저자의 책이다. 국회에서 직접 낭독하여 많은 사람을 울렸던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를 수록되어 있다.

 

2019년 7월 국회 의사당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란 글을 읽고, 자기 버전으로 승화했다. 준석이는 만 한 살에 폐가 터져 많은 것은 하지 못하는 아이다. 운동은 물론, 관악기를 불 수 없고, 병원에 가야 해서 학교 수업을 빼먹기 일쑤다. 살이 없어 주사 놓을 구석을 찾아 이마에도 맞아 본 전력이 있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당연한 것들이 준석이에게는 특별한 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괜찮다고 말한다. 아프다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놀러 올 때면 너무 즐겁고, 약을 달고 살기에 지겹겠지만 긍정성으로 응수한다. 아프다는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가 있지만 살고 싶다는 희망으로 들렸다. 아이를 통해 어른이 배운다.

 

 

 

나에게 100만 원이 생긴다면 어떨까? 현재 국가재난소득을 두고 70%냐 아니냐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가구당 1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느냐를 따지는 문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고, 더 받을 수 있는지 어른들이 아등바등하는 사이. 아이는 100만 원이 생긴다면 국제기구에 기부한다고 말한다. 좋은 곳에 써달라는 호소를 잊지 않는다.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들이 한 명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죽음 앞에 인간은 참 약골이라는 현자 같은 이야기도 불쑥 내 뱉는다. 13년을 매일 같이 생사를 넘나들던 아이는 전염병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내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이 책을 꺼내보고 싶다. 아이의 눈에도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많은 사람이 세상의 옳지 못한 행동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는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였다. 작은 선생님의 일갈에 고개가 숙여진다.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선거가 끝났다. 매번 선거 때면 들어오는 공약이 당선되면 사라지는 신데렐라 마법에도 반성해 봐야겠다. 준석이는 말한다. 어른들은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왜 실천하지 못하냐고.. 등줄기가 서늘했다. 미래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나부터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겠다. '세상에 꼭 필요한 어른이 되겠다'라는 준석이의 말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오늘 일기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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