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를 알면 두렵지 않다
그레그 이스터브룩 지음, 김종수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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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많은 잘못과 결함에 눈 감지 않는다 우리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을 시작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일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는 불안한 뉴스가 넘쳐흐른다.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정보, 그게 정말 다일까?

 

저자는 《팩트풀니스》와 비슷한 긍정적, 낙관 어조로 말한다. 지구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한 가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세상은 나아졌고, 생각보다 나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믿고 싶어 한다.

구성이 재미있다. 한 챕터가 끝나면 정리한 후 다음 챕터의 질문을 던지는 구조다. 마치 하나를 건드리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처럼 어떠한 문제도 홀로 일어나고 종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구 증가가 계속되더라도 식량과 자원은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암을 포함한 어떤 전염병도 인류가 지배하지 않는 전염병은 없다. 물론 2019년 코로나가 터졌지만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백신을 만들고, 이 고난 또한 이겨 낼 것이다. 역설적으로 대기는 많이 깨끗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가 한차례 지나갔지 경제 시스템은 여전히 잘 작동되고 있다. 범죄율과 전쟁은 악화되지 않았으며, 민주주의는 여전히 승리하고 있다. 뉴스에서 알려주지 않는 경제, 사회, 인권, 환경, 의료 등의 문제를 질문과 함께 시작한다. 질문은 고민을 부르고 답을 찾게 된다.

낙관주의는 개혁을 위한 최선의 주장이다. 그리고 역사의 화살을 추진시키는 활이다.

p25

시기가 시기인 만큼 챕터 2 '우리는 왜 온갖 나쁜 습관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늘어나고 있을까?'부터 읽었다.

 

책은 코로나19 이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염병에 낙관론이 우세하다. 전 세계는 알 수 없는 전염병의 출현보다 나쁜 식습관이 불러온다는 사실을 아는가? 대사증후군, 암으로 사망할 확률을 근거로 하고 있다. 통제 불가능한 전염병은 없다는 낙관론은 자세히 설명하고 예로 든다. 아직 전염병이 종식되지 않았으므로 쉽게 이 낙관론이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 없겠다. 다만 지금까지 정설과 통계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역사와 위기는 항상 반복되니까.

 

의료 서비스와 공중보건의 중요성도 설파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높아진 이유를 설명한다. 그 비유가 재미있다. 젊은 시절 우리는 BMW나 마찬가지라 여기저기 손 볼 곳 없이 잘나가지만 만 나이가 들면서 모델 T(1908년에 나온 포드의 구식 자동차)처럼 개선 작업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세상을 씹어 먹을 듯해도 우리는 나이 먹게 되어있다. 이번 기회에 공공의료 서비스의 위력을 실감했다. 의료민영화 이야기는 제발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병은 인류를 절멸시킬 수 없으며, 생각보다 인간 유전자는 병균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진화했고, 공공의료체계의 향상으로 질병에 굴복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 서비스의 질이 더 개선되고 싸지며 공평하게 분배되었을 때란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를 통해 선진국의 의료 붕괴를 봐왔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왔다.

 

또한 자연 붕괴, 환경 오염 중 잘 다뤄지지 않던 부분도 짚어 준다. 특히 석유가 고갈된다거나 오존층이 파괴되고, 대기가 오염될 거란 위기에 낙관론으로 대응한다. 석유 생산 정점이 오기 훨씬 전 아마 청정연료로 관심이 옮겨 갈 것이며, 과학의 발전으로 끊임없이 대체 연료가 개발될 거란 전망이다. 대기 질이나 화학성분 개선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대기가스 규제 또한 강력해지고 있다.

 

그밖에 경제는 왜 무너지지 않는지, 폭력은 왜 줄어들고 있는지, 생각보다 튼튼한 기술의 안전성, 독재자들은 왜 승리하지 못하는지, 우리는 왜 비관론에 더 빠지는지, 불평등의 이유, 기후변화 등 요즘 전 세계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들을 담았다.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보면 소셜미디어의 알맹이 없는 글, 낚시 기사를 보는 것보다 훨씬 득이 될 정보들로 가득하다. 부디 제대로 된 통찰력과 혜안을 갖추고 싶다면 사회학 도서로 추천한다. 이것은 진리다. 팩트를 알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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