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만 팔로워의 공감과 지지를 받은 '오리여인' 그림 에세이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위로다. 어른이 되었어도 늘 자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단순한 선에 간결하게 쓰인 글귀가 마음에 큰 요동을 줄거라고는.. 읽다 보니 묵직한 돌덩이가 눌린 것처럼 찡하기도 했고, 마음이 살랑살랑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부모님과의 에피소드를 만날 때면 나도 언젠가..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읽고 간직해 두었다. 늘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것도 참고만 했다. 요새 밖에 잘 못 나가니 자연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다.

 

 

낯선 이, 지인, 가족과 거리를 두는 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 생각났다. 요즘 하도 2m의 선을 지키라니까 유독 마음이 동하는 컷이었다. 타인과 거리를 좁히고 떨어트리는 것. 한쪽만이 아닌 양방향일 때 가능함을 새삼 느꼈다. 심적 거리는 정해져 있는데 훅 들어와 버리면 테두리가 금방 깨진다. 아마 첫눈에 반한 사람과는 바리케이드가 단숨에 박살 날 것이다. (ㅋㅋ)

 

​가장 마음에 둔 소재는 '나'이다. 나의 단단함을 잃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두었다. 그러자 일본의 작가 '마스다 미리'가 생각났다. 오리여인과 마스다 미리와의 묘한 공통점이 보인다. 그래서 마음이 이렇게도 편했나 보다.

 

 

자취하는 동네 친구와 세수도 안 하고 세상 편한 복장으로 밤에 만나는 기쁨, 하나둘씩 번지는 눈가의 주름이 걱정돼 화장품 매장에서 아이크림을 사서 바르는 모습, 부모님과 따뜻하고 코끝 찡한 에피소드 등등.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하게 되었다.

 

 

자연을 향한 마음도 예뻤다. 저자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했다. 그래서 산에 서 본 풀들, 나뭇가지 옹이, 색색깔 과일, 꽃 등을 아기자기 그려 놓았다.

 

 

특히 무화과 잼을 난생처음 만들어 먹던 일화도 귀엽다. 도둑맞은 무화과나무에 붙여 놓은 '따지 마세요!'.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훔쳐 가지 않으면 더 많은 잼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적을 예정이라니. 소심한 분노(?)에 정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뭇가지의 상처 같은 옹이처럼 어느 누구도 살면서 상처 없이 자라날 수 없다. 실패와 상처들을 없애버리려고 해도 그럴 수도, 다시 생기지 않을 수도 없다. 그래서 단순하게 그것들도 나의 일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련다. 재촉하지 않아도 봄은 오고 오늘을 지나 내일이 온다. 천천히 내가 되는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