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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바람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8
남윤잎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코로나 시대에도 계절은 순환한다. 추워서 옷깃을 여미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창밖에는 나 좀 봐달라고 만개한 꽃들이 흔들거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을 때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작은 마음이 싹튼다.
바람의 시각으로 그림책을 들여다보자. 바람이 보는 인간 세상은 참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봄의 바람은 살랑살랑 따스하고 나른하다. 나무의 새싹과 꽃잎을 어루만지고 보드라운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햇살과 만나면 세상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단잠으로 안내한다.

책은 사계절을 바람의 시각에 담아 아름다운 세상을 표현해 냈다.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로 꽃놀이나 소풍이 어려운 시대, 그림으로 하는 대리만족이다.
작가는 마치 정지된 사진을 찍어 그대로 그린 듯이 어떤 특정 화면을 포착했다. 그림 속에서 무표정하거나 즐거워하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중 내 모습이 있을까 가만가만 찾아보기도 했다.

매일 똑같이 살아가고 변화하는 날씨와 계절이 이렇게 반가운지 요즘 더 깨닫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소임이 나는 듯한 자연은 그래서 위대하고 경이롭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여도 바람은 꾸준히 소식을 실어 날랐고, 우리가 집에서 갇혀 있을 때도 부지런히 움직여 알려주기 바빴다.

가만가만 소리 없이 온 봄, 여름 늦저녁의 후텁지근한 더위, 가을의 낙엽 밟는 소리, 포근포근 나리는 눈발의 몽그러움까지. 책 한 권에 모두 있다. 계절이 남기는 발자국 소리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머물다 흩어지고 다시 찾아오는 바람. 힘든 시기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다시 순환하는 공기처럼 우리 일상도 곧 찾아올 것임을 책을 통해 잠시라도 즐거웠다. 그 작은 희망을 오늘도 바란다. 잠시 멈출 뿐이지, 아름다운 자연은 내년에도 우리를 그 자리에서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