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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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공약은 무엇보다도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어수선한 나라 안팎의 분위기가 잠잠해질 것을 예상한 전략이 펼쳐질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두고 "대선 후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 후보는 물론 읽어보길 권한다. 다만, 책의 내용은 코로나19 이전이 배경이라는 점을 전한다.

 

《노동의 시대》는 옥스퍼드 대학교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는 대니얼 서스킨드가 쓴 책이다. AI의 탄생 과정부터 현재와 일자리, 경제 문제를 엮은 총서이며 미래를 바라보는 경제적인 관점이 담겼다.한국 사례를 간간이 집어넣어 바깥에서 보는 한국의 모습을 느껴 볼 기회도 마련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잘 알 것이다. 충격적인 인간의 패배에 전 세계적으로 AI의 관심이 커지게 된다. 사람들은 내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몸서리쳤고, AI로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으며 인간만의 강점들을 찾기 시작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연일 비등하게 매스컴과 인터넷을 도배했다. 우리의 앞날은 회색 지대처럼 선명하지 않아 더 불안했다. 우리의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될까?

 

이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1차부터 3차까지의 혁명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었으며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도 없어 미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이렇듯 기술진 보는 한 분야의 혁신과 진보라는 양날의 검으로 자리하게 된다.

 

1890년대 뉴욕과 런던을 뒤덮은 것은 말똥이었다. 이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운송수단을 고안해 자동차가 나타났으며, 자동화기기를 들여 산업혁명에 이른다. 자동화의 위협은 당시 대단했다. 이에 반대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기계가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20세기 내내 이어졌으나 기술의 발전을 필연적임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신 자동화로 대체된 숙련공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급격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노동력이 필요한 자리를 자동화로 대체되면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새일자리를 찾게 된다. 이를 '파이 탈바꿈 효과'라고 하는데 100년 전 미국도 비슷한 현상을 겪었다. 100년 전만 해도 미국은 대부분이 농부인 농업국가였다. 그러다가 50년 전에는 제조업이 농업을 대체하고, 제조업이 하락세로 들어가자 일자리를 잃은 공장 노동자들은 서비스 분야로 흘러 들어갔다. 경제가 탈바꿈하는 형식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발전하고 싶은 개발도상국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자동화할 수 없는 업무, 자동화할 수는 있어도 수익성이 없는 업무, 자동화할 수 있고 수익성도 있지만 사회가 구축한 규제나 문화 장벽 때문에 여전히 인간에게만 허용되는 업무들이 있지 않을까?

p173

 

이것을 반영해 미래기술에 대입해 보자면 이렇다. 틀에 박힌 업무는 AI로 대체되겠지만 틀에 박히지 않았다면 기계는 인간을 보완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일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호 보완 관계라는 거다. 기계와 경주하면서도 함께 달리는 것이다.

 

기계의 도움은 이미 예전부터 있어왔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보자.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통해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거나,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문서 정리나 일정을 빠르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기계가 사람을 도와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AI의 진보가 고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단 전망도 커지고 있다. 한때 사람이 하던 업무를 기계가 대신하는 일들이다. 기계는 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업무 잠식이라 하는데 인간의 능력 즉, 신체능력, 인지능력, 정서 능력이 기계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이미 무인 기계부터 무인 배달 자동차, 드론 배송 등은 성공했거나 시범 운영 중이며, 알고리즘이 대체하는 진단, 교육, 대출 같은 분야에 적용 중이다. 게다가 절대로 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감성 능력까지 로봇은 마수를 뻗고 있다. 인간의 표정을 연구한 프로그램이나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병원에서 환자를 맞이하기도 한다. 곧 AI가 생활화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한 실업만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은 3.7퍼센트지만 이를 정확한 수치로 볼 수 없다. 실업이 아닌 아예 노동 세계에서 이탈하기 때문에 앞으로 실업률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실업률이 가진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의 성격이 아니라 일자리 수에만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해온 업무 잠식은 새로운 장애물을 만나면 침체기를 맞다가, 자동화를 가로막는 한계를 극복한 뒤 빠르게 늘어났다. 이렇게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는 과정을 통해 최선의 방법이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잠식하지 않은 남은 한정적 일자리에 목을 매고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책은 무엇보다 AI로 대체될 일자리 문제를 깊게 다루고 있다. 아무래도 인공지능을 빼놓고 할 수 없기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기술적 실업에 정부, 기업, 개인으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해법을 제시하는 한편 보편화된 주장들을 뒤집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물리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대응 방식도 주목하고 있다. 낙관론 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최근 전 세계를 덮진 바이러스의 역습으로 이 판도는 또 바뀔지도 모른다. 때문에 뉴욕타임스가 말한 대선 후보가 읽어야 할 책이란 말을 실감한다. 우리의 일자리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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