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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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를 설파했다. 어떤 이야기든 독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내가 쓴 글은 죽은 글이라는 말이다.

 

 

여러 종류의 글을 써왔다. 하지만 소설은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 왜일까. 상상의 이야기를 좋아하면서 내가 상상하는 건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영역이 궁금했다. 책은 소설가 박금산이 쓴 소설 모음집다. 스물다섯 편의 플래시 픽션(아주 짧은 단편 소설)과 소설론으로 소설의 모멘트를 정의한다.

 

 

목차도 소설의 구성을 따른다.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총 4부로 나누어진 플래시 팩션들은 긴 글을 읽지 않(못하)는 요즘 세대들을 위한 소설 작법론이다.

 

 

저자는 문예 창작과 교수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도 소설을 쓰는 소설가다. 때문에 아무리 글을 써가도 편집자의 솔직한 칼날에 버틸 재간이 없는 거다. 때문에 어떤 글이든 길게 쓰는 것은 지양하고, 헤밍웨이처럼 짧고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헤밍웨이가 무슨 글을 썼냐고? 이 책의 서문에 아주 놀라운 글이 실려 있다. 플래시 픽션의 1등이라 자부하는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게 다라고? 헤밍웨이는 식당에서 친구들과 여섯 단어로 소설을 쓸 수 있는지 내기했고, 유유히 이 글을 적어갔다.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안 신었음"

 

 

그렇다. 팔리는 소설, 읽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심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짧은 소설일 플래시 픽션을 쓰려면 주의할 것들을 적어 놓았다. 이는 솔직히 어떤 글이라도 적용 가능한 공식이다.

 

첫째, 독자를 선택하자(타깃 및 장르 설정), 둘째, 짧은 이야기 읽기는 좋아하는 독자를 선택하자. 셋째,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용기를 내는 독자를 상상하자. 넷째, 그 독자가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을 주자. 다섯째, 그 독자가 스토리 콘텐츠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고 상금을 타는 데 헌신하자(여기서부터 교수님 포스 뿜뿜). 여섯째, 그러기 위해서는 소설을 공부하고, 창작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를 융합하기로 하자. 일곱째, 내 책을 사서 다행이라고 느끼게 하자. 여덟째, 내 작전에 동의하는 편집자를 찾아가자.

 

 

스물다섯 편의 재미있는 소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특히 마구잡이로 펼쳤을 때 5-10분 내외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촌철살인 흥미가 가득했다. 이야기의 시작과 이어짐 그리고 결말. 소설을 읽으면서 대충 감이 왔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못쓰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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