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진실의 기본값이다. 우린 누구나 타인이 정직할 거란 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 CIA의 쿠바 스파이의 정체, 대학 풋볼팀 코치의 충격적인 일화. 두 사건은 동료들의 적극적인 두둔과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진실의 기본값이 결과다. 우리는 낯선 사람이 진실할 거라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다. 때문에 신뢰가 쌓이기도 하고 배신으로 분노하기도 한다.
둘째는 투명성 관념의 맹신이다. 타인의 태도(첫인상, 표정, 행동거지)와 외모가 속마음(진실) 일치할 거라는 착각이다. 실제 얼굴을 보고 법을 집행하는 판사와 AI와의 다른 판결 결과로 알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데 대면하지 않는 경우가 객관적인 판결을 남기는 데 도움 된다.
찡그리고 분노한 얼굴을 행복의 얼굴로 인식하는 트로브리안드인들의 인용구는 충격을 준다. 시대와 집단에 따라 표정과 행동은 반대의 경우로 해석되기도 함을 소개한다. 비슷한 오류는 수도 없이 일어난다. 히틀러와 만난 영국 정치인 체임벌린은 큰 오류를 범한다.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임을 알지 못한 채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었다고 믿는다. 히틀러는 정직하게 행동하는 부정직한 사람이었다. 그 후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고 예측하기도 어려움을 설파한다.
마지막으로 결합성 무시다. 행동과 결합한 맥락을 무시한 결과다. 자살이 흔히 우울증과 관련 있다는 말보다 자살을 부추긴 환경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한 행동은 특별한 시간과 장소, 분위기에 따라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말한다. 결과를 놓고 볼 때 맥락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의 결과에는 왜 그랬을지 전후 사정과 결합한 맥락이 늘 존재한다. 플라스의 죽음을 계기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하면 모르는 낯선 사람, 타인을 만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봉준호 감독의 밀착 통역사 샤론 최를 생각해 보자. 봉준호의 아바타로 불리며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완벽한 통역 마술사다.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오해 소지 없이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통역은 언제나 중요하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타인의 해석》은 낯선 이를 만나 벌어지는 일련의 통역 행위에 왜 그토록 서투른지를 다루고 있다. 낯선 이가 잘 아는 이가 되기까지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진실하다는 가정을 철회한다면 살아가는데 큰 고통과 시간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진실하다고 믿되, 경험을 통해 상황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닐까 제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단번에 타인을 알아내기는 어렵겠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편협한 사고를 걷어 낸다면 훨씬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거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말콤 글래드웰은 늘 그랬듯이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맛깔스러운 필력과 버무린 정보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없다. 때문에 필요한 것은 자제와 겸손, 올바른 가르침, 관심과 주의다. 무심코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항상 '왜?'라는 물음을 던질 것, 낯선 이와 대화를 할 때는 신중할 것, 겸손하고 조심하며, 곧바로 결론 내리지 말 것이다. 연결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말콤 글래드웰은 유연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