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The Power
나오미 앨더만 지음, 정지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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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로운 주제의 SF 소설을 만났다. 만약 지금의 가부장제 세상이 아닌 여성들이 지배하는 가모장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세상은 어떤 식으로 변하고 이루어졌을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자극적인 상상이 흥미로웠다.

 

소설 《파워》는 모든 역사는 여성 중심이라는 가모장 평행세계다. 소설의 앞뒤에 등장하는 나오미 닐의 대화는 흥미롭다. 닐은 남성 작가협회의 남류 소설가로서 문학 권력자인 나오미에게 자신의 소설 《파워: 역사소설》을 소개하는 형태다. 소설 속 소설 그러니까 액자식 구성인 셈이다.

 

둘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다. 닐은 여러 역사서와 종교서를 들이대며 과거 가부장제가 있었을 거라는 증거들을 제시하지만 나오미는 어디서 하룻강아지가 짖냐는 식의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투로 받아줄 뿐이다.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영혼 없는 말을 남긴다. 흔히 간호사, 경찰 등 여성 제목 페티시가 만연한 성문화에서 남성 제복이 얼마나 여성의 성적 욕망을 부추기는지 아냐고 말하는 부분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남자가 지배하는 세상은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럽고 사랑과 자연스러운 보살핌이 더 많으리라고. 당신도 그렇게 느끼기를 바라요. 혹시 진화 심리학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남자는 강한 일꾼이자 가정의 관리인으로서 온순하게 진화한 반면,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여자는 좀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는 주장 말이에요.

p416

소설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성(性)전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남성은 선천적으로 온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오직 여성만이 정치, 경제, 역사를 움직일 수 있는 선택 받은 자임을 주장한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러한 모계사회는 상당한 충격을 안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많은 충격과 영감을 얻었다.

 

어느 날 소냐들에게 전기를 생산하고 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파워란 즉 잠재력을 뜩하는데 십대에서 시작해 전 세계 성인 여성으로까지 퍼지면 자기 안에 파워 본능을 깨운다. 손가락 하나로 기존 세상을 뒤집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

 

소설은 남성 기자 툰테와 소녀 록시, 앨리, 마고 등 인물들로 전개된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며 어쩌면 범죄자이기도 하다. 흔히 여성들은 감성적이라 이성적인 일에 안 맞고, 몸으로 하는 일이나 스포츠는 맞지 않는다는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다. 여성들이 힘, 곧 권력을 얻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니 즐겁다. 얻은 권력으로 다양한 일들을 한다. 살인도 불사른다.

 

섬세하고 약하며 무자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여성스러움에 과감한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소설이다. 최근 각광받는 페미니즘 소설 중에서도 색다른 콘셉트로 성역할 전복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다. 여성조차도 남성 중심 세계에서 자각하지 못한 것들을 소설을 기가 막히게 뒤집어 제시하고 있다. 남성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남성부, 남성 가족부가 어쩌면 이 소설 속에서 실현될지 모른다는 상상도 재미있다. 역지사지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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