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음, 홍승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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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영국 여성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하여 쓰였다.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역사를 기술하고자 한 많은 여성학자들이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다채롭게 수집한 100가지 물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여성사를 들어볼 수 있어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웠다.

 

 

 

 

몸과 모성, 아내와 주부, 과학기술, 패션 소통과 여행, 노동과 고용, 창작과 문화, 여성의 정치 등으로 섹션으로 100가지를 다룬다. 여성으로서 몰랐던 사실, 공감하는 부분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내용과 사진들이 많다. 이 사진은 굴욕적이기도 공포스럽기도 하다. 여성들은 200년 동안 잔소리꾼 굴레로 침묵을 강요 당했다. 본디 말을 길들이기 위해 쓰던 도구가 여성의 발언을 족쇄 채운 것이다. 이 굴레는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공공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지속적인 운동에 속한다. 권위가 떨어질까 두려웠던 남성들의 두려움이 만든 물건이기도 하다.

 

 

 

 

 

또한 SNS 상의 트롤링(trollimg, 인터넷 공간에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다른 사람의 화를 부추기는 등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경멸의 욕설이 등장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실제로 불쾌하거나 악의적인 험담의 의미를 가진 헐뜯다(to bitch)는 동사는 여성다움과 결부된 상투어로 진화했다. 이런 물건을 통해 여성의 진실된 목소리에 두려워하는 권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문화에서 빵을 굽는 것은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인류는 3만 년 전부터 빵을 먹었으며, 유목민들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유도 밀 재배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여성이라면 가난하든 부자이든 빵을 구울 줄 알아야 하고 빵을 사는 여성들을 게으르다고 여기는 시건도 있었다. 하지만 1928년 미국에서 개발된 빵을 썰고 포장하는 최초의 기계가 발명되고, 61년에는 발효과정을 줄인 콜리우드 식 빵 가공법이 등장해 상업적 제빵 규모를 향상시켰다.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베이킹이 취미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토로 물건의 발명은 여성의 힘든 삶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여성과 아이들은 사회 가장 취약한 현실이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푸드뱅크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사회 빈곤층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영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식량난을 겪었으며 50만 명 이상이 푸드뱅크에 의존했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싱글맘 케이티가 푸드 뱅크에 갔을 때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캔을 따 허겁지겁 먹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많지만 각 나라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많지 않고 빈곤 여성은 늘어간다.

 

 

19세기까지 영국 기혼 여성의 법적 권리는 없다시피했다. 기혼 여성은 유언장을 남길 수 없고 임금을 조정하거나 재산을 팔거나 계약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 아내와 아내의 물건, 돈, 그리고 자식까지 남편의 소유기도 했다. 가난한 계층에게(18-19세기) 아내 파는 행위는 이혼 방식의 하나였다. 그리고 이혼으로 인한 전 세계 142개국의 여성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원하는 만큼 가지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자전거는 여성과 연관이 깊다. 자전거는 여성해방과 현대 여성을 상징했다. 여성들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치마를 갈랐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를 여성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의사들은 자전거 안장이 골반염이나 염증, 불임을 초래한다고 말하더니 매춘할 확률도 크다며 비판했다. 여성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불편해했고, 두려워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같은 남성과는 또 다른 경쟁상대였을 것이다. 게다가 아둔하다 여성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수치로 느끼기도 했다. 인류의 반은 여성이며,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남성이지만 여성을 오랫동안 억압해왔다.

 

책은 챕터별로 나뉘어 있어 선별해서 읽기 좋다. 삽화와 친절한 설명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여정의 동반자다.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을 물건으로 들여다보며 광범위한 역사를 순식간에 공부한 경험이다. 잔혹하고 힘든 과정을 견딘 여성과 지금 여성들의 삶과 비교 분석하기 좋다. 아직 불평등한 부분이 있지만 미래는 암울하지 않다. 인류 역사의 반이었던 여성사를 짧지만 깊고 재미있게 풀어 낸 책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와 자유를 느낄 수 있어 유익했다.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미래를 열어갈 청소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당신들의 미래는 훨씬 평등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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