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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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세계 유일하게 정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나라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15년째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노인, 청소년이 살기 어려워 택하는 죽음, 벼랑 끝에 내 몰린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엄격한 사회적 타살이다.

 

 

 

 

헬조선이란 말이 일상이 된 나라, 하지만 2016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를 보여준 나라. 세계 외신들은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봉준호 감독을 두고 민주주의의 승리하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이 책은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가 전쟁과 분단의 경험을 공유한 독일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진단한 강연록을 풀어낸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의 131회 '독일의 68과 한국의 86'편과 132회 '우리의 소원은 통일'편을 녹취해 재구성했으며 보충 설명을 더해 시간 관계상 담지 못한 내용까지 추가했다.

 

 

끊임없는 경쟁, 만연한 혐오,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속에서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는 분리되어 있다고 말한다.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오는 집단이 집, 학교, 직장에 돌아가서는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대식 구조, 위계질서 속에서 불일치 된다는 것이다.

 

 

일상 민주주의와 괴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나온다면 시위와 집회가 무슨 소용이 있나는 것. 따라서 민주주의란 구성원 자체여야 하고 사람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닌 게 된다. 구성원의 의사가 얼마나 민주적으로 모아지냐에 따라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다

 

외부 작가, 프리랜서 기자 등을 뽑는 이유와 비슷하다. 백날 집단 구성원을 모아두고 회의해봤자 뾰족한 수도 없고 같은 이야기만 겉돌 뿐이다. 따라서 불편한 진실이지만 외면하지 말고 제3자의 말, 밖에서 보는 냉정한 시각을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과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나치즘을 청산하고 새로운 독일이 될 수 있는 이유를 '68혁명'에서 찾았다. 68혁명은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말하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 미국, 남미, 아시아까지 번졌지만 우리나라는 베트남 전쟁으로 미치지 못했다. 베트남 전쟁 파병의 유일한 (대만 20명 파병, 대한민국 32만 파병 그러니 유일한이라고 써도 됨) 국가였으며 이를 계기로 68혁명을 역행하는 나라가 된다.

 

이처럼 박정희는 베트남전쟁 파병을 통해 한국을 68혁명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유리된 '예외 국가'로 만든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한국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킨 인물입니다. 그 밖에도 그는 강남 개발을 통해 정치자금을 축적하여 한국을 '부동산 공화국'으로 만든 원조 투기꾼이자,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름으로써 한국을 '과거 청산이 없는 나라'로 만든 친일파이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사 쿠데타를 통해 30년간 지속된 군사독재 시대의 문을 연 독재자였습니다.

p94

 

성(性), 권위, 경제 등에서 해방되지 못한 이유는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가 남긴 유산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낱낱이 해부해 놓는다. 책은 우리나라의 86세대까지 자세히 다룬다. 이로써 독일 아이들은 부끄러움이 없는데 유독 한국 아이들은 성에 대한 죄의식에 시달려야 하는지, 영호남 지역갈등, 주민등록증(간첩 색출)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있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민주화를 네 영역에서 나누어 살펴본다. 따라서 한국 현대사와 독일 현대사를 비교 분석하며 우리가 배울 점과 잘한 점도 따져볼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의 불행은 어디에서 왔는가,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앞서 말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강의 내용 녹취록이다. 방송을 본 독자에게는 다시 한번 명강의를 읽어보는 복습의 기회가 될 것이고, 방송을 보지 않은 독자는 책 한 권으로 떠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행을 정리해보는 기회가 된 것이다. 다시 보기로 봐도 좋겠다.

 

 

 

 

목적이 어쨌든 간에 독서를 통해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독일의 통일과 비교 분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까지 배워 볼 수 있어 유익했다. 또한 나라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독일의 모범사례를 들어 쉽게 직시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교육을 하며, 성은 생명의 본질인 고귀한 것임을 배운다. 또한 대학 등록금이 없으며, 대부분 국립대라 이사장이나 총장의 입김이 없다. 때문에 조교도 총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당국이 직면한 문제점의 해답을 책 속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독일 교육을 모범 사례로 분석하고 대입해 점진적 시도를 촉구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 선생님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다시보기: <차이나는 클라스> 홈페이지 / 유료

http://tv.jtbc.joins.com/replay/pr10010461/pm10041949/ep20080942/view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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