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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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이야기》는 잃어버릴뻔한 짝에 대한 애틋한 러브레터다. 빨간 장갑 한 켤레는 두 짝일 때 온전해진다. 한 짝, 한 쌍, 커플 등 둘일 때야 하나가 되는 연인,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흑백의 그림체에서 유독 빨간색으로 칠해진 몇몇 장면들이 진한 인상을 주는 한편 사랑의 색깔 빨강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장갑 주인 트리누는 오른쪽 장갑이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왼쪽 장갑은 주머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다른 한쪽이 차디찬 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알아챘다.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장갑은 한쪽일 때 장갑이라 부를 수 없다. 두 짝이 다 손을 감싸줄 때 진정한 장갑의 쓰임새를 느낄 수 있다.

 

 

 

 

 

 

가끔 땅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버스 정류장, 지하철 승강장에 덩그러니 떨어진 장갑을 마주할 때가 있다. 두 짝 다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외롭고 쓸쓸하게 한쪽만 남아 있다. 장갑 주인은 한 짝을 잃어버린 곳을 알고 있을까. 장갑을 찾아 되돌아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홀로 남겨진 한 짝이 쓸쓸해 보인다.

 

새가 둥지로 물어가면 그나마 행운이다. 대부분은 축축하고 싸늘한 바닥에 남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더러워지고 망가진다. 한 짝으로 버려진 장갑의 운명은 대부분 방비 상태다.

 

 

 

 

 

 

 

 

 

 

 

 

 

지난겨울 트리누는 내내 눈싸움을 하느라 장갑이 마를 날이 없었다. 흠뻑 젖은 장갑을 난로 위에 올려두고 말렸더니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해 흐물흐물해졌다. 그래도 트리누는 빨간 장갑을 아껴주었다. 그날 바닥에 떨어 트린 건 순전히 실수였다.

 

 

코드 속에 있던 왼쪽 장갑은 트리누의 친구 마레의 떨어진 장갑의 공포를 직접 봤다. 그래서 결심했다. 혼자서 있느니 차라리 오른쪽과 함께 하겠다고. 그렇게 주머니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하고 힘껏 몸을 비틀어 떨어졌다. 바삐 길을 가던 트리누는 장갑이 없어진 것을 알고 가던 길을 멈춰 되돌아갔다.

 

 

 

 

오른쪽과 왼쪽은 다시 상봉했고, 각자 외투 주머니에 안락하게 들어와 마음이 놓였다. 매번 겨울이 되면 장갑 한 쌍을 온전히 내년 겨울까지 보존해본 적이 없었다. 덜렁거리는 탓에 한쪽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림동화가 내 이야기 같아 공감하며 읽었다.

 

에스토니아의 절제된 그림체에서 오히려 집중력을 커진다. 단순한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빨강의 존재감. 우리들의 마음에도 빨간 성냥불을 지핀 것 같다. 곧 봄이 올 것이다. 마음에 들여놓은 작은 불꽃이 따스한 온기가 되어 봄까지 이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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