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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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개봉에 앞서 동명의 원작을 읽었다. 소네 케이스케가 지은 원작은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본 배경에서 한국으로, 소설에서 영화로 옮기면서 각색된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아무래도 매체가 다른 특성상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바꿀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활자와 영상의 차이와 일본의 사회상과 한국은 분명 다르지만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 영화 각색이 진행된 점이 고무적이다.

 

영화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촘촘하게 잘 만들었다. 대사 하나하나까지 원작과 같은 부분이 많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을 잘 편집해 감각적인 영상으로 옮겼다. 누가 포식자인지 알 수 없는 엎치락뒤치락 속고 속이는 함정이 잘 드러났다.

 

방대한 인물들을 108분 러닝타임 속에 욱여넣기 위해 특징은 세게, 각자의 스토리는 간략함을 택한다. 전도연은 영화 시작 후 1시간쯤 등장한다. 뒤늦은 등장이지만 장악력만은 108분 내내 압도한다. 돈 가방은 일종의 맥거핀이며 돈 냄새를 맡은 짐승들의 케미가 폭발한다. 원작과 영화는 엔딩이 다르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었던 나는 특징만 잡아 간결하게 털어 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받았다. 원작을 먼저 읽었던 독자들은 영화가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다고 평하는데 오히려 소설이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장 놀라운 캐릭터는 소설의 떡밥 제공자 최영희다. 이름이 최영희라 한국 사람인가 싶지만 워낙 신분세탁에 능한 미스터리한 인물이라 이 또한 믿을 수 없다. 한국식 에스테(단란 주점, 룸 정도로 번역 가능함. 마시지나 사우나 등으로 전신미용을 관리하는 업소나 퇴폐업소란 뜻으로 쓰임)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서울에 이모가 살고 최진철, 이정미라는 부모님 이름까지 실명을 거론하나 친구의 신분이라는 둥, 북한 출신이라는 둥 기묘한 분위기의 여성이다. 허벅지에 액운을 막아준다는 호랑이 문신을 하고 있고 영화에서는 상어 문신으로 전환. 연희라는 이름을 쓰며 전도연이 맡았다.

 

때문에 풍기 문란 단속으로 만난 사이인 료스케의 직업은 생활안전과 경찰이다. 단속을 빌미로 뒷돈을 받아 먹는 근무태만 비리 형사이며, 최영희와 연인 사이까지는 아니나 돈으로 얽힌 애증의 관계다. 영화에서는 세관 공무원이라 연희의 밀항을 도울 수 있는 끈이 된다. 담배 럭키 스트라이크의 맹신은 원작과 영화 모두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정우성이 맡았다.

 

소설의 첫 장면은 사우나 종업원 칸지와 손님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인데 영화는 돈 가방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시선에서 시작한다. 돈 가방은 원작에서는 구찌 보스턴 가방이지만 영화에서는 루이비통으로 격상(?) 되었다.

 

사우나에서 알바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 칸지는 60대로 결혼한 딸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 착한 아내, 재산 분할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누나가 있다. 영화에서는 횟집을 경영했다고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이발소였다. 둘 다 칼과 가위를 사용하는 직업이라는 점이 영화의 키포인트다. 수동적인 인물이지만 영화는 조금 더 능동적이고 기억에 남을 만한 대사도 있다. (은근 유행어 밀고 있는 듯, 버릇이 없네에~!!)

 

회사 중역의 중매로 만나 결혼한 미나는 몇 년 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털컥 투자했다가 빚만 지게 된 가정주부다. 사랑은 이미 식었고 빚을 갚기 위해 과자 공장에서 일하나 턱 없이 부족한 돈을 매우기 위해 유부녀의 정원이라는 유흥업소에 나간다. 남편은 심심하면 폭력을 행사하고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덫에 빠진 여성이다. 유부녀의 정원에서 만난 손님 신야와 새로운 삶을 도모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게 된다. 그러던 중 유부녀의 정원 사장 시노부의 도움으로 재기를 노리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다. 영화에서는 신현빈과 정가람이 맡아 호흡을 맞췄다. 영화에서 정가람은 중국 불법체류자로 나온다.

 

칸지의 어머니이자 치매를 앓고 있는 여성은 윤여정이 맡았는데 원작에서는 뚱뚱하고 고집 센 할머니다. 며느리 미사에는 진경이 맡았는데 소설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영화에서는 엔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원작과 영화 둘 다 '돈'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의 절박함 콜라보란 거다. 이들은 살기 위해 돈을 탐했고 그로 인해 파멸에 이른다. 누가 누구의 등을 치고 누가 누구의 꼬임에 빠질지 한시도 한눈팔 시간을 주지 않고 부지런히 질주한다.

 

우리는 가끔 돈이 없어 절박한 상황에 상상을 하게 된다. 하늘에서 돈 가방이 떨어진다면? 로또에 당첨되다면? 누군가의 사망보험금이 생긴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나열하는 작은 사치를 부린다. 하지만 실제 너무 많은 돈은 삶을 살아가는 걸림돌이 될 뿐 윤택함 주지 못한다. 몽상과 상상만으로는 잠깐 행복하겠지만 돈 가방을 얻은 경유가 불온할 경우 불안, 공포, 양심의 가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리석게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결국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절대 남을 믿지 말고, 자신만 믿기로 한 최영희의 인생론이 생각난다. 왜냐고? 인간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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