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도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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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은 공무원으로서 일하기 위해 치르는 관문인데,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이 되면 왜 편안해져야 할까? 공무원 시험은 나랏일을 잘할 수 있는지 자질을 판단하는 시험일 뿐이지 열심히 공부한 사람에게 안정과 자유를 주는 신분상승 시험이 아니다. 이런 케이스야말로 취직을 행복의 프리패스로 착각한 사례 아닐까.p63

 

 

나도 프리랜서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 자유기고가, 작가 겸 기자라고도 불린다. 사실 툭 까놓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비정규직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4년 마케터로 5년 글쓰기를 주제로 다양하게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다가 5년 전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체질이 아니어서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눈치, 출퇴근 시간, 야근, 아파도 아프다는 말도 못 하는 현실, 스트레스 등등이 몸과 마음을 부단히 괴롭혔다. 드디어 퇴사 후 신혼집 거실 한편 책상에 자리를 잡고 기고를 하며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로 생활한지 어느덧 5년 차. 그 기간 동안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자부하는 프리 생활의 솔직한 에세이다.

 

처음에는 글쓰기 노하우가 있을 줄 알고 열심히 읽었지만 너무나 사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서 내가 원하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배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직업보다 회사의 이름이 더 중요하고, 대학의 전공보다 학교 이름이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나를 소개할 때 항상 꼬리표처럼 붙는 말이 있다.

 

 

프리랜서? 그거 돈 많이 벌어요? 즐기면서 하니까 편할 것 같아요. 회사 안가니까 좋죠? 돈은 얼마나 버나요? 등 비슷한 질문이 쏟아진다. 특히 부모님은 회사를 다녀야만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집에 있으면 다 백수인 걸까? 이렇게 치부되는 것도 솔직히 속상하다.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호기심에 던지는 질문이다. 이제는 이력이 날만도 한데, 직설적인 질문이 훅치고 들어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기고하고 있는 기관 중에서 알만한 것부터 차례로 말하고, 현재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결과는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뭔가 내 생활을 항상 납득시켜야 하는 위치인 거다.

 

 

클라이언트의 입맛에 맞게 글을 쓰다 보니, 늘 불만도 크다. 이런 부분은 수정하고, 더 추가하고, 원하는 의도대로 해달라는 주문은 항상 있다. 이럴 때는 내 자질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정확히 이야기해주거나 자료를 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커진다. 헛발질하지 않고 괜히 머리 쥐어짜내지 않고 분량을 줄였을 텐데..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직장에 목숨 거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굳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가지 않고 할 수 있다면 권유하고 싶다. 입사에 목을 매기 때문에 퇴사도 절실해진다. 하지만 요즘 퇴사에 관한 책이 많은 걸로 봐서 퇴사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도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 말대로 요즘 퇴사 관련 도서는 다 비슷비슷하다. 퇴사하고 나서 좋은 면만 다루고 고군분투는 말하지 않아 다들 퇴사하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해보면 뼈 때리게 후회할 텐데.. 무엇을 주제로 프리랜서가 될지부터 정해야 한다. 무척 대고 퇴사를 택하지 말고.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은 근사한 작업실보다 테이블이라는 것도 공감 간다. 예전에 누가 나에게 작업실(서재)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해서 난감했다. 나는 서재가 따로 없다. 노트북, 블루투스 키보드를 놓을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서재다. 가장 많이 쓰는 곳은 거실 식탁 겸 탁자고 그 옆에는 전기밥솥과 책이 함께 쌓여있는 진풍경이다. 카페도 전전하며 쓴다.

 

누구나 프리랜서라고 하면 멋있고 낭만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가 아니라면 대략 후자다. 걱정이 앞서는 거다. 밥이나 벌어먹을 수 있을까? 끼니 걱정하는 가난한 글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거 아니면 저거인 이분법이 절대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저자도 나도 이 부분을 공감한다. 좋아하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지켜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자유롭게 일하고 자신을 잃지 말자고 시작한 것들도 프리랜서라는 점을. 아무리 어려움이 닥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유를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최근 고료 때문에 언짢은 일을 겪었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하지만 이 일은 높낮이가 큰 편이다. 평탄한 평지만 가지 않고 오르락내리락 뒤척이는 롤러코스터를 쉴 새 없이 타는 일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비수기다. 이럴 때일수록 내면의 글 밥을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함을 느낀다. 못 읽은 책과 영화도 보면서 소재도 많이 찾아 둘까 한다. 원고를 다시 수정하고 본격적으로 독립출판을 알아보거나 투고를 계획해 볼까. 코로나가 제발 진정되고 일상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내 기대와 달랐다. 자기가 그동안 업계에서 겪은 사람과 상황에 대한 후기는 생생하고 어쩔 때는 불편하기도 했다. 그 불편함은 부러움 때문인지, 공감력이 부족하기 때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또한 내 스킬로 재해석해 습득하면 된다. 오늘도 좋은 책을 읽었다. 언제나 독서와 글쓰기는 비례한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세상의 모든 프리랜서를 응원한다. 모두 모두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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