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영국에서 주목받는 열다섯 명의 작가들이 인체 기관들을 소재로 문학적인 글을 펴냈다. 몸에 대한 탐구 에세이다. 자궁, 콩팥, 갑상샘, 맹장, 담낭, 피부, 코, 폐, 귀, 창자, 눈, 대장, 뇌, 피, 간.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큰일인 각각의 쓰임새를 작가들은 어떻게 표현했을지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여성은 약해 빠진 제2의 성이 아니라 여성이야말로 시(詩)의 언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제1의 성, 가장 맹렬한 성이 아닐까 싶다. (중략)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휘집을 살펴보면 우리 인간이 느끼는 소리와 감각은 무덤(grave)과 임신한 (gravid)이라는 단어가 어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숙함(gravitas)도 중력(gravity)도 은총(grace)도 감사(gratitude)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언어 가운데 가장 문명하게 운율을 맞추고 있는 단어는 자궁(womb)과 무덤(tomb)다.

P246-252

 

그들 각자의 기억은 어떤 몸과 연결되어 있을까? 피부는 대략 한 달에 한 번씩(약 28일) 새로 태어난다. 새롭게 한 달에 한 번씩 표피를 갈아입는 것이다. 어쩌면 한 달 전 피부에 맞추어 산 로션을 한 달 후에 다른 것을 바꿔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궁은 인간이 가장 먼저 만나는 장기다. 작가는 자궁을 집에 비유했다. 집세도 무료에 안락하고 먹을 것도 무한대로 제공하는 엄마 안의 요람. 우리는 요람(자궁)에서 생겨 요람(관)에서 사라진다.

 

 

간은 어떨까? 간은 해독작용을 하는 장기로 서양에서는 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신화 속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스 사람들은 간이 생명과 지능, 불멸하는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창자는 우리의 불안이 머무는 곳이다. 음식을 계속 먹고 소화하는 행위는 죽음을 면하기 위해서다. 음식물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변으로 만들어져 빠져나가는 장기도 창자다.

 

 

코는 우리가 표정을 지울 수 있게 돕는다. 코가 없다면 예전부터 가짜 코를 만들어 붙여 다녔다. 요즘은 낮은 코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형으로 충분히 만들어 다닐 수 있다. 코가 없다면 냄새를 맡을 수 없고 맛도 느낄 수 없다. 먹는 즐거움 맛의 향연을 즐길 수 없다. 때문에 냄새는 기억과 함께 한다.

 

 

눈은 두개골 안에 자리 잡고 뇌의 단독의 시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내가 본 것을 남과 나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눈과 같이 만들어 낸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고 함께 나누기도 한다. 현대인의 시력은 가상현실과도 연결되어 있다. 얼마 전 반영된 MBC 프로그램 [너를 만났다]는 기술의 진보를 좋은 영역에 대입한 예다. 아이를 병으로 잃은 엄마에게 VR로 만들어 준 상상의 영역은 이제 영화를 떠나 일상에 들어올 준비를 마쳤다.

 

 

이 책은 영국 BBC 라디오 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A Body of Essays)’를 모아 엮은 것이다. 15명의 작가가 어떤 구애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현했다. 질병, 가족, 개인사, 기능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시도이면서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건강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내 몸을 소홀히 한 일을 반성하며 좀 더 아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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