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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제목만 들었을 때는 거부감이 큰 만화 에세이였다. 엽기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진솔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선입견을 단숨에 거두어 버렸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진도 나가기 힘들었다. 나에게도 곧 닥칠 일이니까 말이다.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 췌장을 먹는다는 의미는 췌장암에 걸린 소녀를 사랑한다는 고백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죽으면 내 췌장을 먹게 해 줄게", "누가 먹어주면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계속 살 수 있대"라는 아픈 대사가 나온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내가 대신 아파해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직설적인 표현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사람, 그 사람이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의 삶을 생각해 본다.
작가 미야가와 사토시의 자전적인 경험으로 누적 조회수 500만 뷰를 돌파한 만화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절대 우리 엄마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병이 엄마를 덮친다. 이미 손쓸 수 없는 암 말기 엄마와 투병생활을 겪으며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결국 엄마는 이 세상을 떠나갔지만 언제나 사토시 곁에서 함께 한다.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면 수십 통의 전화를 귀찮게 하던 엄마. 하지만 이제 그 전화는 오지 않고 전화번호까지 지우지 못한다. 세상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던 엄마표 카레. 이제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지만 아내가 배운 엄마표 카레로 어렴풋이 기억하게 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고 그 곁을 지켜주는 것만큼 하기 힘든 일도 없다는 것! 나는 부모님과의 추억을 세세히 기억하지 못해 아쉽고, 한편으로 영원히 책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