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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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은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발표한 《시녀 이야기》이후 34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므로 2019 부커 상을 수상했다. 살아 있는 전설이자 여성 인권의 대모이기도 한 마거릿 애트우드는 전작 《시녀 이야기》를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상관관계를 드러냈었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 도구나 하층 계급으로 전략한 디스토피아의 날섬이 언어적인 폭력으로 그려져 있다.

 

 

 

 

"거짓 증언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통상적인 관행이었어요. 미덕과 순수의 외면 밑에서 길리어드는 썩어 가고 있었지요. " p438

 

 

 

 

계급 사회인 '길리어드'에서 오로지 아이를 낳기 위한 씨받이 시녀들은 빨간 옷과 얼굴을 가진 챙이 큰 모자를 쓰고 파란 옷을 입은 아내들의 증오를 받으며 살아가야 했다. 인권이란 건 없다. 남성들에게 머리카락 한올이라도 보일 테면 유혹의 원인 제공자가 된다. 오로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내, 사령관의 관계에만 이용되고 아이를 낳는다.

 

 

 

 

길리어드에서 여성들은 철저히 계급화되어 있고, 누구도 운명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이후 미드 '핸즈메이드 테일'로 만들어져 활자가 주었던 상상력을 멋지게 시각화하기에 이른다.

 

 

 

 

《증언들》은 길리어드 이후의 이야기로 30여 년간 독자들의 질문에서 탄생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는 세 여성의 화자가 등장하게 된다. 길리어드 최고의 권력자 '리디아 아주머니'와 길리어드에 사는 '아그네스', 길리어드와 반대되는 세력인 메이데이에 사는 '데이지'가 등장한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자신이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와 길리어드의 다양한 인물은 기록하는 화자이다. 이는 '아르두아 홀 홀로그래프'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고. 증언 녹취록 369A, B로 나뉘어 두 소녀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 낸다.

 

초반에는 이 세 인물의 이야기가 따로 진행되지만 중반부터는 한 시점으로 합쳐지며 드라마틱 한 구조가 완성된다. 그 과정을 따라가는 힘은 무엇보다도 상당한 분량의 촘촘한 이야기다.

 

 

판사 출신의 50세 여성 리디아 아주머니와 창설자들이라 불리는 아주머니들과의 알력, 길리아드에서 메이데이로 빼앗겼다는 신성화된 '아기 니콜', 종교를 빌미로 사람들의 두려움을 권력으로 이용하는 길리아드의 부패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길리어드의 체계를 만든 창설자 중 하나이며 여성들을 교육하는 계급 아주머니들의 최상, 길리어드의 최고 권력자로 올라선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빌어 보고 들을 것을 쓰기 시작한다. 독자는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와 하나씩 드러나는 관계의 스릴을 만끽하게 된다.

 

 

"네 시녀가 네 침대에서 죽으면

그녀의 피가 네 머리에 걸린다.

네 시녀의 아기가 죽으면

네 삶은 눈물과 한숨.

네 시녀가 출생 중에 죽으면

저주가 세상 끝까지 너를 따라다니리라."

p156

 

 

또한 길리어드의 소녀 아그네스는 출생의 비밀을 파헤치며 헤쳐나갈 험한 여정과 친구들의 희생을 감내하는 성장을 겪게 된다. 아버지뻘 되는 저드 사령관과 조혼하게 될 위치에 놓이기도 한다. 진짜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그네스는 상황을 거부할 수 없지만 운명을 받아들이기 보다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드라마틱 한 인물인 데이지는 부모라고 믿었던 닐과 멜라니의 죽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게 된다. 길리어드 난민단체 생추케어를 지나 진주 소녀 제이드로 위장해 길리어드에 위장 잠입하게 된다. 이로써 만나게 되는 뜻밖의 인연은 이 소설의 큰 반전 중 하나다. 이 관계의 시작도 여성 마지막도 여성이란 점이 페미니즘적으로 잘 구현되어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 p147

 

 

 

 

《증언들》의 가장 큰 수확은 여성이 한낱 권력의 시종을 전락한 디스토피아에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할 희망으로 성장한다는 데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고무적인 성과이면서도 이들의 거친 생존 과정을 함께 하며 진정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음이다.

 

 

 

 

아이들에게 성적 관심 있는 가진 남성, 조혼으로 아내들은 액세서리로 쓰다 버리는 잔혹한 남성들의 척결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준다. 신의 대리자로 불리는 아주머니들이 권력의 상층부에 있다는 점 또한 현 권력 전복의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600P에 달하는 상상 속의 기록을 따라가는 동안 희열과 씁쓸함의 상반된 감정이 동반되는 독서였다. 무엇보다도 연대순으로 따지면 《시녀 이야기》를 먼저 읽고 최근 그래픽 노블로 발간된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를 보면 좋다. 그 사이에 텍스트로 상상했던 것들의 완벽한 시각화를 미드 '핸드메일즈 테일'로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물론 시간이 없다면 미드나 그래픽 노블을 보고 대충의 분위기를 파악한 후 최근작 《증언들》을 읽어봐도 좋겠다. 하지만 뭐든 상관없다고 본다. 시간은 완벽하게 빨리 흘러간다.

 

 

 

《증언들》에서는 《시녀 이야기》와 드라마에 담긴 기본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무엇이 먼저이든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적나라한 묘사와 상상력에 한 번, 혹시라도 이름을 달리하여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길리어드의 변주된 형태에서 두 번! 아직도 바뀌지 않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권력의 어두운 힘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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