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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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김동영의 여행 에세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지구 이곳저곳을 누비며 만난 천국을 썼다. 임사체험을 했냐고? 아니다. 지구에 있지만 천국이라 느낄 만한 모멘트, 장소에 관한 이야기다.

 

 

김동영이 말하는 천국은 종교적인 장소라기 보다 평온하고 행복한 곳을 말한다. 유명한 유적지를 다니는 관광이 아닌, 여행을 통해 진정한 천국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처음부터 강렬하다. 인도의 바라나시다. 바라나시는 화장터가 있는 갠지스강의 도시다. 25개 이상의 화구가 있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영화 <바라나시>를 통해 간접경험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나선 아들의 이야기다. 김동영 작가가 쓴 글은 조금 더 심오했다. 삶과 죽이 공존하는 곳. 그 재와 뼈가 강에 그대로 방출되고, 그 강은 신성한 강이 된다.

 

 

강에서 빨래하고 강에서 목욕도 한다. 성스러운 물이니 당연히 밥도 짓는다. 그렇다면 그곳은 천국일까? 뱃사공에게 천국에 가고 싶냐고 물으니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천국에 가면 다시 태어나지 않는 거란다. 다시 태어나 육신을 얻는 것은 고통이라는 것. 삶은 고통인 것이다. 천국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 그것도 신촌이 있었다. 지도를 따라가다 보니 여관이 유독 눈독 띄더라. 무슨 사연일까 궁금했다.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이야기였다. 엄마의 밤이 진행될수록 김동영의 마음의 병도 깊어졌고, 도망치듯 아무도 찾지 못할 모텔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아픈 자신의 병 때문에 아들이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고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프지 않은 척을 더 하게 되었고 버겁기까지 했다. 그에게 모텔은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세상으로부터 숨을 수 있었던 천국이었다.

그가 돌아다닌 서른하나의 천국에 대해 들을 수 있다. 나긋나긋하게 때로는 직설적이고 세심하게 써 내려간 글은 함께 여행하는 기분까지 든다.

 

 

여행지에서 글을 써 송고했을 지난한 과정도 공감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쉽게 읽히는 글맛의 비결을 들어볼 수 있었다. 고생해서 쓴 글이지만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결론으로 가버린다거나,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고, 똑똑함을 드러내고 싶어 어려운 단어를 쓴다면 독자는 책을 즉시 덮을 거라는 말. 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드러난다.

 

 

보라카이 바닷속에서 걸어봤고, 바라나시에서 수영해봤으며, 중국의 산에서 길을 잃어 까만밤을 만났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겪었다. 그리고 파리의 한 카페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로 통하지 않을 말을 주고받으며 생각했을 것이다. 천국은 상대적이라고. 꼭 좋은 곳을 여행하지 않아도 내 방구석이 천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구를 돌고 돌아서야 깨닫게 될 것이다.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천국 같은 사람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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