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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왕의 감옥 1 ㅣ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평점 :
세상이 은혈과 적혈 그리고 신혈로 나뉜 세계. 태어날 때부터 피로 나뉜 신분을 가진 자들에게 애써 열심히 산다고 해도 나아지는
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메어는 적혈이면서 은혈이 되어 번개를 다루는 특별한 능력까지 얻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신분을 뒤엎고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레드 퀸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다.
권력을 향한 암투와 전투 그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까지 그저 그런 로맨스 소설을 생각했던 독자에게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드디어 <레드 퀸> 시리즈의 3부작을 만났다. 3부에는 메어와 카메론 둘의 시점을 오가며 풍부한 심리묘사를 담았다.
그동안 쭉 메어의 중2병 돋는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숨통이 트이는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된 메이븐은 쇠사슬과 가시를 채워 결박된 메어를 군중 앞에 세운다.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했던 터. 메이븐은
생각보다 훨씬 영리한 전술로 처세에 능한 왕이다. 은근한 삼각관계를 예상했던 칼의 비중은 크지 않아 칼의 팬으로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첫째 왕자 칼의 약혼녀였던 에반젤린이 메이븐과 결합해 새로운 여왕으로 군림함으로써 4부의 내용을 이어갈 떡밥을 던진다. 4부에는 칼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38개국이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리며 판타지 로맨스 소설의 새로운 계보를 쓰고 있는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메어의 약혼자였던
레이븐의 차가운 표정 속에 감추어진 마음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철저한 계습 사회의 부조리, 대물림, 권력, 음모, 반락, 그리고 LGBT까지 아우르는 소설은 단순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
아님을 짐작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복잡해지는 관계와 심리묘사를 읽는 맛이 커진다. 다만 책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나라라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어 세상에 초점을 맞추면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메이븐. 네가 있는 이곳은 얼마나 엉망진창인
거니.
그저 과연 누가 먼저 공격해 들어올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진홍의 군대일지, 아니면 메이븐의 목젖을 째고 그의 어머니가 목숨을 바친
모든 것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는 저 귀족 남녀들일지.
우리가 메어를 진정으로 응원하는 이유다. 자신의 운명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만들어 나가는 미래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다. 한 편, 더욱 확장된 세계의 전투와 액션이 어떻게 펼쳐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4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