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사라지는 것이 너무 많다. 새로운 것에 밀려 옛것은 많이 없어지고
있다. 전형준 작가는 재개발 현장을 찾아 동네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포착했다. 사라지고 없어질 동네의 마지막 모습, 그 동네의 일부 같은
할머님들. 할머니와 함께 하고 있는 길냥이. 이 아름답고 따뜻한 조합은 점점 추워지는 계절 마음을 데운다.
한국전쟁 때 피난민의 역사는 굽이굽이 산비탈에 집을 만들고, 미로 같은 골목 구석구석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었다. 부산은 그렇게
골목, 기찻길, 산비탈 등등 사람이 살고 있고, 고양이도 살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전형준 작가는 고양이를 찍어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고양이와 인연이 많다. 고양이가 물어다 준 삶에 보은이라도
하듯 여전히 고양이를 찍고 있는데, 이번엔 할머님들과 인연 있는 고양이를 담아 포토에세이를 펴냈다.
할머니와 고양이 그리고 재개발. 떼려야 뗄 수 없는 비슷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새로움에 밀려 떠나는 사람들,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길냥이들. 그들이 최전선엔 할머님들이 계셨다.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 할머니의 사연 중에 유독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할머니와 찐이. 할머니에겐 자식이 없고 찐이 뿐이라 내 몸
아프면 찐이 누가 돌봐주나 걱정하고 또 걱정하셨다. 30년 전, 추운 날 생선장사 하시느라 부르튼 손. 동창이 겨울마다 반복되는 통에 벌겋게
부어오른 손으로 찐이 동태를 손질하신다.
찐이는 할머니에게 손주 같은 존재다. 멀길까지 찐이 먹일 동태를 사와 그 추운 날 맨손으로 손질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하다.
우리 할머니도 손주 먹일 생각에 먼 길 걸려 맛난 간식을 품에 두고 오셨는데..

유독 할머니와 고양이의 각별한 사연은 사진에서 빛을 발한다. 정지된 사진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이 보드랍고 보송보송한 털을 자랑하는 녀석, 비쩍 말라 안쓰러워 쓰다듬고 싶은 녀석, 머리에 능소화 다섯 개는 거뜬히 올리는 머리가 큰 녀석.
재개발 구역의 고양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해가 지는 재개발 동네와 자라나는 고양이의 조합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작은 선물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