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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동화는 아이들만 읽지 않는다. 충분히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철학적인 내용이 아이와
어른 모두를 만족케한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은 창작자 고유의 색깔과 자유를 보장하며, 독자에게 다채로운 예술의 감동을 선사하는 그림책 시리즈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본다는 편견을 없애고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책이다. 이 시리즈의 25번째
시리즈다.
줄리앙은 수영을 잘하는 소년이다. 어느 날 책 속의 인어가 되고 싶어 할머니가 없는
틈을 타 몸에 치장을 한다. 줄리앙은 인어의 성별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자기가 예쁘면 그만이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도
줄리앙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커튼을 떼어 인어 다리를 예쁘게 표현하고, 머리에 꽃나무를 꽂아 화려한 장식을
만들었다, 진짜 인어처럼 화장도 하고 자신을 멋지게 뽐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등장. 어쩌지? 할머니가 꾸짖으실까?
할머니는 줄리앙에게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면 목걸이를
선물해 주셨다. 그리고 줄리앙의 손을 잡고 축제를 즐기러 가자신다. 그곳에는 아름답고 신비한 바다생물 코스프레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줄리앙은
튀는 아이, 독특한 아이, 우리와 다른 아이가 아닌 한 객체가 된다. 남자는 인어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인어들과 행진한다. 나다움을
지키는 자신감을 지닌 줄리앙을 바라본다.
할머니는 "지금 뭐 하는 거니, 남자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줄리앙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길지 스스로 선택하길 바랐다.
줄리앙이 어떤 모습을 하건 한 사람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줄리앙의 미래는 험한 가시밭일지도 모른다. 인어가 사람이 되기 위해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겼듯이 줄리앙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험난한 길을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지지해주는 할머니가 있으니까. 이 동화를 통해 아이들의 개성, 좋아하는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을 강요하지 않기로 하자. 모든 색깔은 그 사람에서 어울리는 고유의 색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길 바란다.
세상을 남자와 여자로 나누지 않는 방식 이분법화하지 않는 사고를 지향한다. 이들은 스스로 LGBT라고 칭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주길
원한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성(性) 소수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철저한 사회의 약자라면 연대하면 서로를 돌본다.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눈, 다양성을 인정하는
첫걸음이다.
다양성은 어렵지 않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고 우리라는 세계에 언제든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그 자율성은 서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며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는 무지갯빛으로 발현된다.
앞으로 공개될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기대된다. 줄리앙처럼 인어는 백인이라는 편견에 도전하는 흑인 인어공주로
변주되었다. 인어 이야기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는다. 우리 주변에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따뜻한
환대가 만들어간 가치를 아직도 모르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차별, 반대, 혐오가 만들어 낸 세상에서 당신조차 언젠가는 배제될 수 있음을 모르고
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