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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 2019년 9월
평점 :
오마이 뉴스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 저자는 나름 페미니즘에 깨어있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각종 수업을 듣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 치부했다. 그러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는 저자가 다 아는
양 떠들었을 때. 그 글을 본 여성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2015년부터 언론사에서 일하며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성 혐오가 주류 정서였던 남성 문화에 대한 반성과 여성 목소리를 향한 연대를 알게 되었다.
"남성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공간'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남성이 명백한 사회적 강자이며 알게 모르게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린 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며 여성의 입장에 서 보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묵인과 방조 혹은 여성 혐오적 언행으로 '여성 혐오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았는지 늘 성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네티즌이 저자의 블로그에 고민 상담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설득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 이런
조언을 한다. 한국 남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차별당한 기억이 대체로 존재하지 않아, 싸워 쟁취해야 하는 일이 성별 차이에서는 없는 것을 인지하고
반성하며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무슨 이야기일까? 첫 번째를 완수했다면 남성 집단에서 내부 고발자, 공동체의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이므로 설득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 확립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솔직하게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시인한다.
그 밖에도 여성이지만 느끼지 못했던 한국 사회 구석구석의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나 정도면 괜찮다.'라고
생각한 모든 이에게 끊임없는 업그레이드와 성찰을 요구한다. 나 또한 여성이라고 해서 당연하게 생각했거나 생각하지도 못한 영역을 남성의 시선으로
집어주기에 화끈거렸다. 남녀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내려놓고 읽어보길 바라는 목소리다.
책은 남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함께 시선의 차이를 극복해보자는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남성이 말하는 페미니즘의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함께 사는 세상에서 너와 나,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자. 덮어놓고 혐오하던 여성이 당신의 누이, 어머니, 할머니일지 모른다는 전제를 항상 생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