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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히치콕 덕후가 소설 쓰면 이렇게 된다. '뉴욕타임스' 43주 베스트셀러. 에이미 애덤스 x 게리 올드만 주연 영화로 만들어졌다.
개봉은 2020년이다.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애나는 줌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주변의 집들을 관찰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이창>의 주인공을 완벽히 여성으로 탈바꿈했다. 취미는 흑백, 무성 영화 관람, 남의 집 훔쳐보기다. 재미로 시작한 관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 겸 동네의 감시원의 역할이란 다독임으로 죄책감을 덜어 낸다.
"의사로서, 나는 환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얘기한다. 환자로서의 나는 (이편이 맞는 말이리라) 광장공포증이 내 삶을 망가뜨렸다고 말하는 대신,
차라리 내 삶이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
이처럼 관음 본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때 소아정신과 의사였지만 사고를 겪고 최근 열린 공간을 두려워하는 광장공포증을
진단받았다. 때문에 온라인 아고라에 접속해 간단한 상담이나 해줄 뿐, 자신 또한 많은 약물, 술 복용으로 사실상 정신과 치료가 시급한 환자일
뿐이다. 오프라인(집 밖)을 두려워하고 온라인(아고라, 구글)에 안정을 느낀다.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이 애나로 대변된다.
한 편 애나는 207호에 이사 온 가족이 궁금하다. 남부럽지 않아 보이는 가족이 어쩐지 삐걱대는 것 같다. 애나는 남편 에드와
별거 중이고 딸 올리비아도 그렇다. 지하의 세입자 데이비드 말고는 함께 사는 사람이 없다. 때문에 207호 가족을 시도 때도 없이 염탐한다.
마치 대리만족의 증거처럼. 그런데 어쩌지? 살인사건을 목격해 버렸다. 내 가족의 복사판. 한 집 건너, 바로 이웃에 사는 가족의 삶이 내 것이라
느끼고 있었는데..
그 후 벌어지는 경찰과 제인 남편. 아들 이선의 거짓말에 혼란을 느낀다. 분명히 카메라로 봤단 말이다. 한 술 더 떠 제인
남편은 가짜 제인을 내세워 애나를 거짓말쟁이로 몬다. 과연 애나는 과다 복용한 약물, 술 때문에 벌어진 망상일까. 한때 명망 있는 의사였지만
지금은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환자가 된 애나의 말은 가족, 가까운 지인도 믿지 못할 상황이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착한 사마리아처럼 발 벗고 제인을 찾아 나서야 할까? 혹시 모를 신변의 위험 때문에 입다물고 있어야 할까?
많은 질문을 갖게 한다. 소설은 2020년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갇힌 공간 집에서 벌어지는 극도의 긴장과 서스펜스, 그리고 결말의 충격
반전까지. 페이지 터너의 재미가 충분하고 영화를 보는 듯 선연한 이미지가 빨리 영화로 만나봤으면 좋겠다. 물론 에이미 애덤스와 게리 올드만이라는
두 배우의 믿음까지 더해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