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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평점 :
《물 만난 물고기》는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데뷔 소설이다. 작사, 작곡, 노래까지
완벽한 뮤지션에서 작가로 변신했다. 정규앨범 '항해'의 소설집인 셈이다. 음악 앨범 설명지를 깊은 글로 풀어낸다는 의미가 담겼다. 때문에 파란
바탕의 표지와 본문 색이 파랗다. 마치 바다를 헤엄치는 물 만난 물고기의 자유의지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은 '선'과 '해나'의 러브스토리다. 하지만 그 속에는 마치
찬혁군의 마음가짐이라 해도 좋을 삶과 예술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오롯이 예술가의 길을 가겠다는 포부 같다.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독특한 콘셉트는 검은 건 글씨, 희거나 누런 용지로 나뉘던 책이 아니다. 파란
글씨는 파도 같고 흰 용지는 파도의 포말 같다. 바람을 등에 업고 획일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어떤 이는 자신이 표현한 것이 곧 자신이라 말한다. 자신이 곧 예술이 되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선 드러머가 한 말이 무색해지게 베이시스트는 자신이 한 말을 지켜주고,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말한다. 마치 다음 구절은 찬역군의 선전포고 같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록스타가 되고 싶은 꿈도 없어요. 저는 단지
음악이란 게 맘에 들고 제이야기를 하고싶을 뿐이죠. "
소설 속 선은 같이 음악 하는 밴드 멤버에게 '예술은 무엇인가'란 화두를 던진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예술가는 노래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무엇인지 알고 나를 표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철학적인 물음이 곳곳에
깔려있다.
소설 속에는 꿈과 현실, 이상과 예술에 관한 은유가 많다. 이 암호를 해석하는
자만이 '항해'앨범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악동뮤지션의 앨범을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