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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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종원이 진행하는 골목식당이 인기다. 그가 찾아가는 곳은 죽은 상권도 살려내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체계를 잡아주는 핫플레이스가 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영업자가 아님에도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잘 되는 가게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저자는 소매업과 상품기획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자다. 2년 전 미국의 작은 대학도시 커피가게에서 느낀 환대와 따스함, 6년 동안 미국 소도시를 다니며 두 딸과 보낸 가게들의 기억은 한국에서 절실해졌다. 한국은 대형 프랜차이즈 의 홍수였고, 개인적이고 친근한 로컬 가게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이유를 찾다 보니 바로 핵심은 '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들이 얼마나 친근한 애착을 기반으로 하는가는 작은 가게의 유지와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미국 소도시의 가게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프로모션 전략을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친근하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은 손님을 위한 서비스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가게의 상품기획, 서비스 기획, 촉진 전략 기획 등 모든 마케팅 활동의 가장 기초다. " P63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 오히려 정(情)을 잃어버린 서비스에 당황한다. 커피 맛이 좋고,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가끔 두 딸을 데리고 가도 편안한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커피숍이 한국에는 없다.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지만 사람들이 북적이고, 낯선 이국땅에서 베트남 음식에서 느끼는 따스함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저자는 한국에서 몇 번이고 마음 둘 로컬 카페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키오스크, 사이렌 오더, 진동벨로 손님과 친해지지 않으려고 했다. 1인 가족과 핵가족, 대인기피증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일상이 된 이런 풍경을 오히려 편하다 말하는 사람이 많다.

 

굳이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관계의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가게의 비밀이라고 말한다. 이게 바로 작은 가게들이 생존하는 방법이다.

 

단골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미국 소도시 가게를 돌며 느낀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가끔 생각지도 못한 가게 주인의 기억력이 사람을 무장해제 시킨다. 그날의 옷차림, 바뀐 머리 스타일,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 번 방문 때 물어봐 주는 친근함이 또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주문이 된다. 멀지만 찾게 되고, 비싸지만 사게 되고, 특별한 날에는 방문하게 되는 이곳만의 매력을 찾아야만 한다.

 

책을 통해 작은 가게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손님 혹은 독자의 입장에서 주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를 꾸리고 싶은 예비 사장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입소문의 힘, 고객을 창출하고 고정 고객을 만드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프랜차이즈가 아니고서야 손님으로서 단골을 알아봐 주는 사장님이 좋다. "또 오셨네요, 오늘은 라테 안 드세요?"라는 가벼운 아는 체가 좋다.

 

대기업과의 차별점은 '인디문화' 즉, 자신만의 정체성과 독립적인 시그니처를 중무장해야 한다. 다른 가게와 차별화된 전략, 젊은 층과 중장년층, 노년층 어떤 세대를 공략할지 세분화된 서비스도 필요하다. 여지없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가치 있는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가게들이 각광받는다. 그 진정성은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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